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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집중호우 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무섭게 쏟아졌다. 우리 가족과 이모가족은 아침 일찍 교회 예배를 드리고 제 공무원 취업을 기념해 경기도 모처의 꽤 이름 있는 식당에서 운치있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울어대기 시작했다. 02)820-4566 어디서 많이 보던 번호...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켠 순간 우리 팀 모 주사님의 아리따운 목소리가 절 짜증나게 해버리더군요. “원석씨 비상이래요. 빨리 사무실로 출근하시래요.” ‘싫은데요’란 말이 입안을 맴돌았으나, 습관적으로 “예”라고 대답을 해버리고 내심 후회했다.
여기서 사무실까지 약 두시간이상은 걸릴텐데, 모처럼 만의 가족 식산데, 더구나 제가 쏘기로 했는데.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심하다가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국가가 부른 다면 가야지 공무원이니까. 그런데 밥값은 니가 낼거지?”
그렇게 해서 폭풍우를 뚫고 청으로 향하며 나도 홍수 복구해야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 앞 이었다. 바지며 신발은 다 젖어버렸고, 짜증이 좀 났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팀장님 이하 파트장님 그리고 직원들이 하나같이 비에 젖은 모습으로 절 눅눅하게 반겨주셨다.
“무슨 일이에요?” “폭우로 동원훈련이 연기됐데.
그래서 동원과 직원만 비상근무래. 동원과 직원만...”
그 순간 월드컵으로 인한 훈련소집연기의 악몽과 ‘5급양대’ 사건이 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기서 5급양대 사건이란 군부대의 지휘서신 실수로 혼자 200명에게 일주일 동안 전화했던 일이랍니다. 여하튼 내 훈련 자원이 600명이니 언제 다 전화하나. 그 때 원활한 병력동원을 위해서는 동대와 병무청 그리고 군부대가 트라이앵글로 연계체제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우리의 파트장 임일규사무관님이 지휘를 하시기 시작하셨다.
여지껏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방식으로. 일단 임사무관님은 부대 및 동대와의 협력을 강조하시며 직접 56, 57사단 동원담당관에게 전화를 하셨고 각 구 담당들은 훈련부대에 전화로 협조를 구했다. 고맙게도 부대 담당관 중에는 휴가 중에 전화를 받고 바로 복귀하신 분도 있었다.
또 부대에서는 자체 비상연락망을 이용하여 각 소속 동대장에게 연락을 하도록 했다. 수임군부대→동대장→소집부대와의 연락이 이루어진 것이다. 혼자 600명에게 전화할 생각만 하던 저는 한 줄기 빛을 만난 듯 하였다.
그렇게 오후까지 저희 직원들은 전화통을 붙들고 전화를 했고 소집 부대 장교들을 설득하였다. 계획파트에서는 전산실에 의뢰, 모든 소집대상에게 동보를 발송하였다.
급해진 저희들은 직접 예비군들에게도 전화를 하였다. 대폭적인 인사로 주전선수가 빠져버린 우리 팀은 후보선수(저를 포함한 신규직원) 그리고 뉴페이스들(전입오신 분들) 그리고 새로 오셔서 정신이 없으셨을 것만 같으신 임 사무관님과 그렇게 연휴 둘째 날을 정신없이 보내고 뜨거운 추어탕으로 마무리 하였다.
팀장님 저 추어탕은 두번째 먹어보는 거였지만 무지 잘 먹었습니다. 추어탕을 먹으며 과묵하신 팀장님은 근엄하게 말씀하시더군요.. “내일도 아침9시까지 나오는 거야.” 다음날 동원과 모든 직원들은 또 다시 다 젖은 바지가랑이를 끌며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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