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여러분들은 이번 여름휴가 잘 다녀오셨는지요?
휴가철만 되면 모두들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덜어내곤 한다. 그러나 불편한 잠자리, 비싼 바가지 요금 등등...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 가면서 꼭 멀리 떠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여름휴가는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평소 절에 자주 다니시는 형수님의 권유도 있고 언제가 삼천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해서 가족들과 해인사 백련암으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떠날 차비를 하는데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삼천배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더운 여름에 괜한 고생만 시키는 건 아닐까? 평소 가까운 절에 가서 108배를 수시로 해 온 터라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하긴 했으나 중간에 그만두면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어쨌든 간단히 짐을 챙기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을 하였다. 장소는 성철 스님이 득도하시고 마지막까지 수행하셨던 합천 해인사 백련암이었다.
백련암은 해인사의 산내암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한가할 뿐 만 아니라 경치 또한 탁 트여 시원하며 암자 주변에 우겨진 노송과 기암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예부터 가야산의 으뜸가는 절승지로 일컬어 왔다.
특히 성철스님이 열반하신 이후 주말이면 전국에서 절을 수행하기 위해 모여드는 유명한 사찰로 상당히 규모가 크다 제멋대로 구부러진 노송들의 아름다움과 깊디 깊은 자연의 내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절 입구에 들어서면 법향과 성철스님의 자취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긴장된 마음으로 절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와 있었고 그 중에 특히 어린 꼬마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그 순간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녁 공양을 간단히 마치고 지도 스님의 설법이 있었다.
절을 수행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밝은 마음, 맑은 얼굴로 절을 해야 하며, 편안한 마음, 밝은 미소로 절을 하면 절하는 자체가 힘들지 않고 잘 될 뿐만 아니라, 신체의 리듬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어 호르몬의 엔돌핀이 나와 절로 환희를 갖게 된다고 하셨다.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절을 하는데 처음 50회 100회까지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그런대로 할 수 있었지만, 200회 300회 횟수가 증가할수록 오금이 절여 오고 허리가 아프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정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집에서 선풍기 바람 맞으며 편안하게 지낼 것을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한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만을 믿고 묵묵히 따라 절을 올리는 아내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져 먹었고, 절하는 중간 중간 옆에 같이 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500회가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 동안 힘들어서 흐느껴 우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각자의 방법으로 피로를 풀었다. 고요한 산사의 깊은 밤은 스님의 죽비 소리만 정적을 깨고 1,000배, 2,000배 숫자를 더해가고 있었다. 드디어 차가운 새벽공기가 내 목을 적시는 순간 2.900배 3,000배를 다 채 울 수 있었다. 그때가 새벽 3시.. 아내와 나는 해냈구나 하는 희열감으로 법당을 나와 말없이 경내를 거닐었다.
새벽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과 휘영청 밝은 달이 우리를 축복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