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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 통권66호 2006가을호
여름을보내며-여름안에서


여름 휴가는 나에겐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내 생애의 여름휴가라 부를 수 있는 첫 휴가라 해야 더 정직한 표현이겠다. 기나긴 백수의 생활을 청산하고 어엿한 공직사회 구성원의 한명으로써 자랑스럽게 맞는 휴가였다.
이런 자랑스런 첫 휴가를 그냥 보낼 수 없었기에 휴가기간이 정해진 그날부터 노심초사 휴가계획에 골머리를 앓았다.
무엇을 해야 하지? 어디로 갈까? 누구랑 갈까?
이런 행복한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구해준 것은 대학 후배 녀석이었다. 서울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이 후배는 고향이 보길도인데 이번 휴가 때 고향에 내려간다고 선배·후배들과 함께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동안 취업준비 등 각자의 바쁨을 핑계로 만남에 소원했던 우리들은 흔쾌히 여름휴가의 뱃머리를 보길도로 돌렸다.
지금 생각해 보건데 아마도 우리가 그리 흔쾌히 환영을 한 것은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여행지여서가 아닌가 싶다. 암튼 우리는 8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이 2박3일의 보길도여행을 시작하게 됐다. 이른 아침에 모인 우리는 2대의 차량에 나뉘어 타고 해남 땅끝으로 향했다.
나에겐 이상한 징크스 비슷한게 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소풍이나 야유회를 갈려면 이상하게 날씨가 별루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도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날씨가 흐렸다. 그러나 오랜만에 뭉친 우정 앞에 흐린 날씨 정도는 하찮은 것에 불과했고 웃고 떠드는 사이에 어느새 땅 끝에 도착한 우리는 보길도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에서 먹을 먹거리를 준비하고 바다를 구경하는 사이 보길도 행 배가 들어 왔다. 화물차를 실을 정도였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단 상당히 몸집이 큰 놈이었다. 배에 몸을 실은 우리 일행은 정말 초등학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유치한 몸짓하나 장난 하나하나에 자지러지며 부서지는 파도에 웃음과 즐거움을 실어 보냈다. 대략 1시간 정도가 넘었을까?
배는 여행의 목적지인 보길도에 다다랐다. 먼저 후배네 집으로 가서 각자 가져온 짐들을 풀고 맛있는 점심을 기다렸다. 후배 녀석이 선·후배들과 함께 온다고 어머니께 점심식사를 부탁해 놓은 터라 우리는 사실 오늘 아침부터 이 시간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잠시 후 들어온 상에 우리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뻔 했다.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이런 것임을 나에게 알려준 정말 푸짐하고도 아름다운 밥상이었다. 전복을 비롯해서 이름도 모르는 해산물들이 우리들의 마음과 배를 가득 채워 주었다.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모조리 다 해치운 다음 본격적인 보길도 정복을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곳은 예송리 해수욕장..
새알 같은 조약돌이 깔려 있어 파도가 치면 돌 구르는 소리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또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펼쳐져 있고 뒤편으로는 적자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자연의 품에 안긴 듯 했다. 휴가철이라 다소 사람들로 붐비긴 했지만 물도 맑고 주변 경관이 좋아 휴식을 취하며 해수욕을 즐기기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물놀이를 마치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고산 윤선도 유적지였다. 고산 윤선도는 병자호란 직후 제주도로 향하던 중 보길도 절경에 매료되어 이곳을 거처로 삼고 이곳에서 어부사시사 같은 주옥같은 국문학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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