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니다. 겨울이 매섭게 춥지도 않고 화려한  꽃들을 사시사철 볼 수 있는 세상에 살아서 그런지 봄의 질감이 예전만큼 뚜렷하질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봄은 봄입니다. 원고를 쓰려고 영화를 골라놓고 보니 한 영화에는 '드림'이 들어갔고, 한 영화에는 '행복'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쩐지 봄에 맞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보여지 듯 이 두 작품은 '성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드림걸즈]는
흑인소녀들의 가수 성공기인데요, 런닝타임 80-90%가 노래로 채워지는 뮤지컬영화입니다. 다이아나로스가 소속되어 6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성 그룹인 슈프림스를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빌보드 챠트 넘버원 곡이 12곡이나 된다고 하니까 (비틀즈 22곡, 엘비스 프레슬리 18곡 : 백인남성들) 대단한 그룹이지요. 두 시간 내내 솔, R&B, 락, 펑키 등 펑펑 터지는 흑인 음악을 듣다보면 가슴이 다 시원해집니다. 인간이 가진 에너지를 다 뿜어내는 듯한 그 폭발적인 가창력에는 문득 감동도 되고요.

현대 대중음악은 미국 흑인으로부터 시작되어 백인에 의해 발전 완성됩니다. 이것은 백인의 음악적 능력보다는 주류사회의 힘 덕분인 것 같은데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감미로운 목소리 때문에 좋아하는 엘비스 프레슬리는 사실 로큰롤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장본인입니다. 56년 "하운드 독 Houngdog"이라는 락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 원래 흑인 작품이었던 이 노래를 백인들이 강탈한 것으로 나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70% 이상 흑인이 사는 멤피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지요. 당시 백인 청소년들은 흑인음악을 좋아했지만 흑인을 앞세울 수 없어 소원하게 지내다가 백인인 엘비스가 나와 락을 해주니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 백인 래퍼 에니넘에 와서도 마찬가지구요. 어쨌든 억울한 일들을 당하게 되면서 흑인들은 자기네의 음악을 다시 찾고자 흑인 음악 운동을 벌이게 되는데 그 때 생긴 레코드사 중의 하나가 그 유명한 모타운입니다.
스티비 원더나 마이클 잭슨도 이곳 출신이고, 영화에 나오는 음악 제작자 커티스가 설립한 레인보 레코드사가 모델로 삼은 회사지요.
커티스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이루게 되는데 이런 기획적 연예 산업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생명력있는 작품보다는 장사가 되는 음악을 만들다 보니 좀더 가벼우면서 비슷비슷한 노래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지요. 우리 나라도 언젠가부터 가수는 많아도 노래가 맨날 그 노래같은 식상함을 맛보게 되는데요, 나이들수록 정서가 메말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천만이 넘는 영화가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까지 불러들이는 것을 생각해보면 음악계도 좀더 다양해지는 것이 스스로 살아남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노래없이, 음악없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