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만 해도 설레는 사람이 있듯,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이 있습니다. 요즘 꽃샘추위가 아주 심하게 시샘을 하는 것 같아 곱디 고운 매화가 이 찬바람을 이겨내지 못하면 어쩌나 한편으론 걱정이 됩니다만 그곳을 떠올리면 기분이 금새 좋아집니다.
꽃이 피는 춘삼월(春三月), 꽃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은 남녘 섬진강변에 자리한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 일명 ‘매화마을’이 아닐까 합니다.
한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고 이른 봄, 꽃의 향연을 벌이는 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고 난초, 국화, 대나무와 짝을 이루어 사군자라 해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매화마을은 전체 70여 가구의 농가 중 60여 가구가 매화 농사를 짓습니다.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의 땀으로 개간한 30여 만평의 산비탈에는 수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일찍 매화가 만개했지만 보통 매화가 절정을 이루는 3월 중순경에는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온 마을이 새하얗습니다.
빼곡한 꽃송이보다 더 황홀한 것은 간간히 불어오는 강바람에 함박눈처럼 우수수 떨어져 흩날리는 매화의 꽃잎과 바람에 묻어오는 매화의 향기입니다. 도로나 강가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아름답지만, 산 중턱에 올라 섬진강 수면에 반사된 햇볕을 받아 더 많은 꽃을 피운 산등성이 양지바른 곳의 매화나무를 옥색 섬진강을 배경으로 내려다보는 풍경은 여기가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매화마을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풍경은 매화마을에서 가장 큰 매화재배지이자 운치 좋은 곳,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농원 앞마당에 빼곡한 2,500여 개의 전통옹기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청매실농원입니다.

청매실농원의 매실식품은 매실 농축액과 원액, 매실청, 된장, 고추장, 장아찌, 절임, 젤리 등이 있는데 이 옹기들 속에서 숙성된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배앓이를 할 때면 어머니가 타주시던 매실주스가 어찌나 새콤달콤하던지, 매실들이 가득 차 있을 옹기들을 보노라면 그 어렸을 적 맛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이맛가에 주름이 잡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