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걸 꼭 뛰어야 하는거야?
괜한 투정을 아내에게 부려본다. 아니 이케 먼거리를 왜 뛰어 다니냐구~ 이번 동아마라톤에 신청을 아내가 해주었기에 기냥 짜증도 한번 내 보고 하지만, 어쩔수 없이 뛰긴 뛰어야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도 하고 한다.
대회 본부측에서 보내온 마라톤 상의에 정성스럽게 F로 시작되는 넘버를 병무청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녹색티에 달면서 과연 내가 42.195km를 뛸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은근히 밀려 오는걸 어쩔수가 없이 느낀다. 거실의 한쪽 옷걸이에 걸어 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달리기를 즐기기 시작 한지는 벌써 4년째 인데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나의 체력이 그 정도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솔직히 편치는 않다. 이 마라톤 때문에 피우던 담배도 끊은지 2년째이고 보면 내 스스로도 이 운동을 시작한건 참 잘했다고 생각 하는데 글쎄 풀코스라???
그래도 옆에서 격려를 해주는 아내가 있어 조금은 든든한 반면 거꾸로 생각 하면 아내는 두 번째의 풀코스 이지만 난 처음인데 내가 늦게 라도 들어오면 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치지만 얼른 지워 버린다...설마 라고!

마라톤을 뛴다고 해서 따로 열심히 달리기를 준비 한 것은 아니고 출근길 대방역에서 망월사역까지의 거리를 미리 몇정거장 전인 방학역이나 월계역에 내려 한강변에서 이어져 오는 중랑천 변의 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청까지 달려오는 것으로 운동을 마치는 것인데 달리기를 좋아 할 뿐이지 마라톤에 정통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달리는게 좋은걸....

시간은 어느덧 3월 18일 광화문 네거리!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42.195km를 뛴단 말인가 사회자의 멘트에 25,000 명이란다.
아~이사람들이 모두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자 모인 사람들이란 말이지! 으휴 이렇게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이 많냐, 약간은 쌀쌀한 날씨에 츄리닝을 벗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는데 모두들 나름데로 스트레칭도 하고 가볍게 달리기등을 하며 몸들을 풀고 있고, 대회 본부측에선 엄청난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 괜히 기가 죽는다!

마침내 사회자의 진행 순서에 맞춰 국제적인 선수들(이날 이봉주 선수가 우승 한 날이다)은 벌써 출발선에 대기중이라는 멘트에 이제 시작이 되는구나 라며 가슴이 둥둥 거린다.
국제적인 선수들의 출발과 함께 5-10분 간격으로 그룹별로 출발 하면서 대회는 진행이 되고 있는데 내가 속한 F조는 모두 처음 뛰는 사람들로 구별이 된 완전 초짜들이라 맨마지막 순서에 뛰도록 되어 있어 아직도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것 같다.

그래도 풀에 도전 하는 이 사람들도 나름데로 10km, 하프코스 등은 줄기차게 뛰던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아내는 한번 더 뛰었다고 해서 바로 앞(E조)에서 출발 한다고 벌써 가버려 나 혼자 덜렁 남아 있는 모습이 스스로 생각 해도 측은한 생각이 든다. 드디어 한참이 지난 후 내가 속한 조 역시 우르르 몰려 나가는 듯이 밀려 나간다 가만히 있어도 기냥 갈 수 있을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큰 거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뒤덮는걸 보니 참으로 대단도 하다.
연도에 늘어선 많은 시민들의 박수 소리와 응원 소리가 마치 우리가 선수라도 된거 같은 착각에 빠진다.

서서히 뛰면서 내 스스로에게 주문 한다, 절대 오버 하지 말고 천천히 뛰어도 좋으니 완주만 하자 여태 10km코스 하프코스를 여러번 뛰면서 단 한번도 힘들다고 멈춰보질 않았으니 오늘도 계속 뛰어야만 해 라는 주문을 계속 나에게 내린다.
마라톤 하다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심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