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동원훈련팀 원윤주입니다.”
제법 익숙해진 전화인사에 뿌듯함이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동원훈련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요즘 사무실은 훈련의무자들의 문의와 부대 담당자들의 연락으로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잠시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바쁜 일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원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평범한 나였는데, 지금은 담당구도 배정받고 4월에 있을 동원훈련 집행 준비로 하루가 바쁘기만 합니다. 문득 사무실 창밖으로 살랑이는 따스한 바람과 분홍빛 꽃망울을 가지마다 담뿍 매단 벚꽃나무를 보니 계절의 여왕 봄이 찾아온 것이 느껴지네요.

어느덧 서울청에 첫발을 디딘 지도 4개월이 지났습니다. 12월의 매서운 바람과 더불어 서울청으로 첫 출근을 하던 2006년 12월 12일을 생각해봅니다.

서울청으로 첫 출근하던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다 큰 딸의 아침을 준비하며 웃으시던 어머니를 보니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는 것, 그 평범하고 작은 일상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느꼈습니다. 집을 나가기 전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왔는데도 자꾸만 가방 속의 거울에 손이 가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지만, 시야에 병무청의 건물이 보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하며 두근대던 심장의 울림이란...

전날 함께 임명장을 받은 동기들과 만나고 나서야 가벼운 이야기로 서로의 긴장을 덜어놓던 그 아침의 기억.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그 순간의 떨림을 좀 더 즐기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합니다.

2주간의 신규직원 교육을 마치고 동원훈련팀으로 배정된 순간 머릿속에는 ‘동원이 뭐지? 병무청에서 그런 일도 했었나?’라는 물음표만이 둥둥 떠다니고, 선배님과 상사분들의 얼굴이 마냥 낯설어 말없이 미소만 짓다가, 늘 곁에 두고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두꺼운 병역법령집과 관련 예규들을 둘러보며 머릿속의 물음표는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병무행정의 “병”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앞으로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첫 출근의 설렘은 어느 새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병무청에서 하는 일은 징병검사와 현역입영 업무가 전부인줄 알았던 제게 생소한 예비군 관련 동원업무가 맡겨지니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막연한 불안감만 자랄 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상황을 개척하기 보단 피하려고만 했던 약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수험생활을 마치고 화려한 날갯짓을 해보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날개를 강탈당한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니 마음 한편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머릿속의 물음표를 끌어안고 지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이 상황을 극복하고 말리라는 승부욕과도 같은 결심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