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늦은 20대의 마지막 즈음하여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봄을 시작했다.
작년 12월 서울병무청 동원소집팀에 신규직원으로 들어온 지도 어느덧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건물내에 어느 부서가 있는지도 모르던 내가 이제는 서울청을 방문한 민원인에게 간혹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동원훈련소집통지서를 받지 못한 채 우편물 반송 스티커가 문 앞에 붙어있었다는 민원인의 걱정어린 전화에 친절함을 담아 설명할 수도 있는 여유도 생겼다.
아직도 많은 부분 서툰 것이 사실이겠으나, 나름대로 하나씩 둘씩 병무청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나의 삶을 돌아보건데, 공직에 입문하기까지 꽤 많은 길을 돌아왔다. 지금 하고 있는 행정일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공부를 하며 대학을 보냈고, 20대의 중반까지도 나는 나의 길이 지금과는 너무 다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사람의 앞날이 한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듯, 나는 인생의 새로운 봄, 새로운 2막을 시작하고 있다.

동원팀에 배치를 받고 직접 병무업무를 시작하면서 용어들에서부터 일의 흐름을 익혀가는 것까지 어느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다행히 동원쪽 업무에서는 겨울방학이라고 일컬어지는 12월에 배치를 받은 덕에 2~3달 가량을 동원업무에 대한 스터디(?)를 하면서 지낼수 있었지만, 막상 업무가 차츰 시작되고 나니 읽었던 규정이며 예규는 다시 책 속에만 있고 울리는 전화벨조차도 부담스러웠다.
민원인이면 무엇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왜 병무청에 온 걸까? 낯선 업무속에서 조금은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나는 왜 공직을 택한 것이며, 이 조직내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의구심이 살짝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득 작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공무원이 되려고 마음을 먹고, 지난 9월 즈음으로 기억되는 면접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무척 의미있는 책을 읽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조직내에서 ‘유독성 폐기물’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생산성이 없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조차 꺼리는 문제의 부서에 메리 제인이라는 사람이 새로 오면서 ‘둔감한, 게으른, 불쾌한, 느린, 황무지같이 스산한, 그리고 부정적인...’과 같은 말들로 묘사되던 그 부서를 어떻게 바꿔놓는가 하는 내용을 그려놓은 책이다. 메리 제인은 우연히 세계적인 어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를 방문하면 또 그곳 사람들의 일과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을 대하면서 조직내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이 조직내에서 그 역할을 통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고심하게 되고 결국 그 조직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