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터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깨끗하게 씻겨진 공기 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재작년에 3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 둘 때도 비가 왔었다. 비가 와서 추적해진 공기에 기분까지 어지러워 깨끗해진 공기를 들이마실 여유조차 갖지 못했었다.

내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붙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걸까.. 친구며 가족까지 모두 말리던 공직으로의 내 꿈은 그렇게 많은 생각들과 고민 속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처음 생각한 건 회사 다닐 때 같이 근무하시던 부장님이 구조조정 되시면서부터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유난히 나에게 잘해 주시던 분이었기에 그 분의 명예퇴직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건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하고 있던 일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어느 땐가 합격을 하고 처음 공부를 시작했던 그 때의 마음들을 잠시 잊고, 평범한 일상에 적응해 나가고 있을 때쯤 병무지 원고 얘기를 들었다. 공직에의 첫걸음이란 제목으로..

처음 임용장을 받던 순간.. 처음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병무민원상담소에 들어섰던 순간..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민원인을 상담하던 그 순간.. 어느 땐들 처음이 아니었던 순간이 없었다. 헤드셋을 쓰고 전화상담이 시작되는 9시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첫 벨이 울리던 순간.. 바로 그 처음의 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안녕하십니까. 상담원 김한주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상담원으로서의 첫 날이 무사히 끝났을 때 나는 또 한 번의 처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입대 한 아들이 걱정이 되서 무작정 전화를 거셨다는 어머니.. 상담하러 전화 하셨다가 군대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버지.. 손주 걱정에 잠이 안 온다는 할머니.. 군 문제로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에도 지원을 상담하는 많은 사람들.. 그 모든 이들에게 나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들은 처음이었다. 군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처음인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 그게 바로 나라는 생각에 그렇게 두렵고 떨렸던게다. 매번 전화가 연결될 때마다 나는 처음이다.

그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항상 처음이던 지난 세 달을 떠올리며 비가 내리는 창을 바라본다. 이미 어둠이 내려 창 밖의 풍경이 아니라 창에 비친 내 모습이 도드라져 보인다.

처음이란 어두워진 창 밖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에서 컴컴해진 창 밖을 볼라치면 창 밖의 풍경이 아니라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이 보인다. 그러나 보다 창에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히 바라보면 창 밖을 볼 수 있다.

처음이란 그렇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창 밖을 볼 수 없듯이 두렵고 어렵지만 창에 다가서서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설렘이 또한 함께하는 것이다.

창 가까이 다가서는 일은 누구의 몫도 아닌 온전한 내 몫이다. 이렇게 나는 또 다시 나만의 야경을 보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창으로 다가선다.

오늘 내리는 비는 유난히도 상쾌하다. 새로움, 그 시작의 설레임을 담아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