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1월 22일 월요일 오전 겨울을 밀어낸 듯한 봄기운의 따스함에 몸을 맡기며 우리 대전·충남지방병무청 신규 동기 11명은 논산 육군입영사무소 견학길에 첫발을 디뎠다.
오전 10시 30분 병무청 현관에 모인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듯 미소를 지으며 팀별 분위기를 이야기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신규교육 후 각 팀별로 배정받은 뒤 실무를 익히느라 사무실 밖으로는 자주 나올 수 없었던 터라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잠시 후 스타렉스 관용차 한대와 현역입영팀 윤균호 파트장님의 겔로퍼 승용차가 도착하여 각각 나누어 타고 논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병무청 앞 서대전네거리를 지나 논산 1번 국도라는 이정표를 보니 나도 모르게 설레는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을 감출 수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대천바닷가 갓바위로 소풍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으리라.

출발한지 20여분 후 관용차에서는 고속도로에서만 들을 것 같았던 발라드 메들리가 들려왔다. 유명가수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감미로운 목소리의 여가수가 부르는 히트곡은 틀림없이 어릴 적 내 누이들이 낡은 카세트에서 자주 틀어 듣던 80년대, 90년대의 노래들이었다. 어느새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누이들을 생각하니 세월의 달음질에 씁쓸한 기분도 들었지만 모처럼 향수에 젖어드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포근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 출근과 퇴근만 하던 때라 약간은 무료함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때마침 떠나는 시외나들이어서인지 창밖의 겨울산은 마치 우리를 반기는 듯 애써 겨울잠을 깨려고 기지개를 하는 것 같았다. 대전에서 지낸지 7년이 다되도록 ‘대전시는 얼마나 큰 곳일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출발 후 40분 정도 가서야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까지가 대전입니다.”라는 안내표지를 보고서야 대전시도 꽤 큰 도시임을 어렴풋 알게 되었다.

 ‘오늘 입영을 하는 아들을 둔 우리네 부모님들의 마음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 유구한 5000년 역사의 기상을 잇기 위한 첫 걸음인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워 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20년 동안 애써 키워온 품안의 자식을 때로 힘겨울 수 있는 군대로 보내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일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논산으로 향하는 1차선의 좁은 도로를 달리면서 보이는 창밖의 산비탈 아래의 논에는 채 녹지 않은 눈덩이들이 있는가 하면 봄 농사를 준비하기에 앞서 잠시 논과 밭에 나오신 농민들이 보이기도 했다. 한·미 FTA로 주름살만 하나 둘 늘어가는 농민들을 생각하며 올해에는 전략적인 방안을 제시하여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이 되는 협상을 체결하길 내심 바래본다.
오늘 이 길을 지나갔던 수많은 입영자들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라는 상상도 해본다. 그 중 일부는 군대란 곳이  험악하고 자유가 없는 공간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입영의 자부심을 가지고 내 부모, 형제, 친구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스스로 호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떠난다는 마음가짐을 지닌 입영자들도 있을 것이며 아마 이들은 제대할 때쯤이면 근 2년간 군대라는 조직생활을 통해 지금보다 더욱 더 성숙하고 늠름해진 청년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