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에서 출발한지 1시간 남짓 지난 후 논산시에 도착하였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잠시 차를 정차하고 돌솥비빔밥집을 찾아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아무래도 점심을 든든히 먹어두어야 오늘 입영하는 훈련병들을 위해 박수도 힘껏 칠 수 있을 것 같아 돌솥의 누룽밥까지 한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이윽고 논산훈련소로 들어가는 길에 접어들자 짧은 머리의 앳된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아마 이들이 오늘의 입영자일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중학교 입학식 때 스포츠머리를 하고 교문을 들어설 때의 친구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새삼 느낌이 새로웠다.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함께 걸어가는 입영자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함께 걸어가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입영자들도 눈에 띄었다.
도착지점인 육군훈련소에 다가갈수록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축구국가대표경기장에 들어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마침내 논산입영사무소에 도착한 우리들은 최재련 소장님과 전종명 주사님의 환영을 받으며 사무소안의 회의실에서 잠시 간담회를 가졌다. 우리를 위해 따뜻한 차와 간식을 준비해주신 입영사무소직원분들이 더없이 가족처럼 느껴져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소장님께 각자 인사를 드리고 오늘 이곳에서의 일정을 듣는 동안 밖에서는 분주히 움직이는 장교들이 눈에 띄었다.
입영식 10분전 연대장님이 오시기 전 자리에 착석하기 위해 오후1시에 있을 입영식장으로 향하였다. 연병장 스탠드에 가득매운 사람들을 보니 입영식이 아닌 마치 축제에 온 것 같았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함성소리와 부모들의 격려박수들이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고 있었다.

행사시작에 앞서 스탠드에 설치된 TV로 군복무 홍보영상을 시청하였다. 훈련병들이 유격훈련을 하는 영상을 보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모습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국방력이 결코 강대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傍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저 멀리 연병장의 한곳에서는 우리훈련병들의 입소를 환영하기 위한 군악대의 예행연습이 보인다. 그리고 스탠드에 가득 매운 훈련병과 부모님들의 얼굴에서는 긴장감과 화기애애한 표정들이 엿보인다. 넓은 연병장 한가운데에는 일반병과 기술모병이라는 팻말 두 개가 꽂혀있고 연병장 담벽에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의 인상 깊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상호존중과 배려로 화합 단련된 육군훈련소”
“氣가 살아있고 자신감 넘치는 정병육성”
“스스로 생각, 행동, 책임지는 정병육성”

이 중에서도 “상호존중과 배려”라는 문구가 단연 눈에 띄었다.
혁신이라는 것이 일반 행정기관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이곳에서도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정체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옛날 무조건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기본권이 무시되던 곳에서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는“상호존중과 배려”라는 요청 아래 올바른 병역선진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는 우리군의 발전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