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영행사가 시작되었다. 연병장 코너에서 군악대의 등장과 함께 흥겨운 음악이 울려퍼지는 동시에 입영지휘관의 “훈련병집합!”지시에 스탠드에서 가족들과 함께 모여 있던 우리 훈련병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일제히 연병장으로 달리며 모이기 시작하였다.
부모님들은 달려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애써 감추었던 눈물을 그 순간만큼은 참지 못하고 흘리시고 계셨다. 뿐만 아니라 우리 동기들 눈에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탠드 이곳저곳에서 연병장으로 달려 나가는 우리 훈련병들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얼굴들은 갓 20대의 앳된 모습들이었지만 거수경례를 할 때와 “진짜사나이”란 군가를 율동에 맞추어 부를 때만큼은 묵직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는 마치 백만 대군이 질러대는 함성처럼 연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제 훈련병들은 약 2년간의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기 위한 여정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들이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기까지 사회에서 이들을 다시 맞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며 훈련병들 또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고귀하고 숭고한 사랑을 실천인 호국의 의무이행을 위해 부단히 애쓸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2년이 지난 뒤 지금보다 더 늠름해지고 성숙해진 장정들로 돌아올 것을 서로서로 기약하며 행사는 어느새 장정들의 행렬과 함께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난 후 연대장님께 인사를 드린 후 입영사무소로 돌아온 우리는 전종명 주사님의 인솔아래 훈련장 곳곳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잠시 들은 말씀으로는 우리나라 훈련소는 전국에 6개가 있는데 1개 교육연대는 각 3개의 대대급(700명~800명)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하셨다. 내무반 사이에서는 한창 훈련병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도·인접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조금 전까지의 행사와는 다르게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본인대조하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동명이인인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 및 본인증명자료와의 대조필은 이곳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업무 중 하나라고 한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껴보니 이 업무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곳 훈련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재 신체검사를 거쳐 복무부적격자를 선별하여 귀가조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운전이나 이발, 취사 그리고 컴퓨터 등의 적성을 분류한 후 자료를 입력하고 적성에 따라 자대배치도 받게 된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입영사무소는 84년에 처음 설치되었고 지금의 이곳은 91년 신축되어 이전된 곳이라 한다.
입영사무소에서는 군부대와의 긴밀한 협조아래 입영자의 인도.인접이 이루어지며 올해 계획으로는 약 13만명의 입영자가 입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규모 인원의 인도·인접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과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에 군부대관계자분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으니 규정의 중요성과 함께 사람들과의 융화 또한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인접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내무반으로 향하는 훈련병들을 따라 내무반으로 들어갔다.
30년 정도 지난 건물인지라 다소 낡았지만 그런대로 훈련병들이 지내기엔 별탈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훈련병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시설보완을 해야 할 듯싶었다. 가지런히 놓인 모포들과 각종 생활물품들이 마련된 내무반을 둘러본 후 내무반을 나와 신체검사장으로 이동하였다. 신체검사장에서 신장체중측정실과 혈압측정실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다른 훈련소와는 다르게 이곳에선 입영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기 때문에 가끔씩 귀가자가 발생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