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병무청인데요~”
화기 속에 들려오는 푸근한 아저씨의 목소리… 하지만 이 첫마디에 난 심장이 덜컥~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번도 집을 떠나본 적 없는 나에게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싶었다.

초조한 기다림 끝에 그래도 발령이 빨리 나서 다행이라며 기뻐하시는 엄마와 달리 난 걱정과 근심으로 그렇게 며칠을 끙끙대다 드디어 12월 12일 컴컴한 새벽어둠을 뚫고 첫 출근길을 나섰다.

나의 무겁고 요동치는 마음과는 상관없이 눈앞에 펼쳐진 춘천의 모습은 정말 고요한 아침호수를 닮아 있었다. 맑고 시원한 공기는 청정강원이란 말을 실감케 했고 도시 한가운데 뿌옇게 낀 안개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갖게 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난 긴장과 불안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인연이란 걸까? 지역을 넘어 병무청이란 울타리 안에 어느새 너무도 잘 적응해 있는 나를 볼 때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3개월이란 시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나는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중엔 기억에 남는, 그래서 소중한 추억이 될 만한 일들도 많았다. 똑같이 낯선 얼굴들을 하고 만나서 이제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9명의 동기를 만난 일,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여행, 처음으로 102보충대 인도인접 과정을 참관한 일, 한번도 남 앞에 나서본 적 없는 내가 송년회 때 전 직원 앞에서 춤추고 노래한 일, 매일 야근하며 고생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신규워크숍 등등…

특히 1월 31일부터 약 한달 간 진행되었던 신규혁신워크숍은 앞으로 내가 공직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 보석같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이번 워크숍은 사전연구제를 도입하여 미리 주제를 정하고 토론을 거친 뒤 결과를 전 직원에게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10명의 신규직원들은 두 개의 분임으로 나뉘어 사전연구에 돌입했다. 첫 모임에서 나는 우리가 강원청의 New Generation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또 아직도 실수투성이어서 업무 중에 N.G가 많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자는 뜻에서 분임이름 N.G를 제안했고 우리는 그렇게 N.G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