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도
흑인이 주인공입니다. 눈물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얼떨결에 택시비를 떠넘게 되어 도망치는 안타까운 모습, 차에 부딪혔으나 병원은커녕 오로지 회사만 찾아가는 절박함, 지하철 화장실에서 아들을 재우며 흘리는 아픈 눈물, 어떡하든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뛰고 뛰고 또 뛰는 모습에서 전쟁같은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 아버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유머를 잃지 않던 그의 의연한 태도가 깊이 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란 오로지 아들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존재일까요? 영화가 끝날 즈음이 되면 한 인간에게 있어 자식이란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나가게 하는 강한 힘의 원동력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60년 대 만들어졌던 영화 [초대받지 않는 손님]을 보면 흑인 아버지가 백인 아가씨와 결혼하려는 아들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를 키우기 위해 몇 십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배원 일을 했다.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 아들도 응수합니다. "혼자 사셨더라도 살아가기 위해 아버지는 그 일을 했을 겁니다." 오로지 자식을 위해 생을 살아온 것처럼 말하지 말라는 뜻이죠.

우리네 정서로 보면 불효막심한 발상이긴 하지만 일리는 있는 말입니다. [행복을 찾아서]의 젊은 아빠 가드너는 28살 때 처음 아버지를 본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아들만큼은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아들을 위한 아버지가 되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지요. 그에게 있어 자식은 인생의 의미이고, 가치이고, 희망입니다. 그러니 어떠한 악조건도 이겨내는 불굴의 힘이 생기게 됩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살기도 하지만, 자식으로부터 얻는 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죠. 가드너는 자식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인생도 포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겁니다.

노예제도가 없어진 지 100년이 되는 1960년 대에 와서야 마틴 루터 킹이나 말콤 X 같은 흑인인권운동가들의 노력에 의해 흑백(인종)차별법이 사라지게 됩니다. 60년 대의 드림걸즈가 처음 백인 클럽에서 노래하게 되었을 때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백인들의 시선이 참 불편하게 느껴졌었는데요, 가드너가 젊은 아빠였던 80년 대는 친구처럼 받아주는 백인들의 도움을 받아 성공하는 시대로 변해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격세지감입니다.

하지만 두 영화에서 나오는 '성공'은 백인들의 승인이 있고나서 가능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어쩌면 백인이냐 흑인이냐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주류냐 비주류냐의 문제겠지요. 한국의 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갖은 어려움에도 자식들을 영어권에 유학보내는 것과 같은 논리일 겁니다. 성공이란 주류권에 입성했을 때 하는 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