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앙타이(2004년 발매)

글렌 굴드라는 연주자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 하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과 감탄을 가지게 한 굴드의 1955년 연주는 기존의 바흐 연주의 틀을 깬 혁신적인 연주로써, 일단 그때까지 연주되어져 온 템포를 거의 2배 이상 빠르게 연주하였으며, 되돌이 연주를 생략하고, 피아노 건반의 타건을 스타카토형의 끊어서 치는 연주법과 페달의 사용을 절제하여 절묘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이런 이유로 1955년 굴드가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소니의 전신인 CBS를 통해 발매했을 때 음악평론가들은 미친놈이라고 했으며 일반 음악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구나 그 음반에는 자신의 연주에 맞추어 중얼거리는 굴드의 기이한 Humming(판소리에서 말하는 귀곡성 같은...)이 있었다. 덕분에 엔지니어들은 그 소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각별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고 하나,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 앨범에서는 그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려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고 한다. 지금에야 굴드의 음반으로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 음반이 왜 그렇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는지 의아해 할지 모르나 굴드 이전 쳄발로 연주를 들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어쨌든 굴드의 연주는 길지 않은 레코드 100년사에 가장 혁명적이고 또한 가장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한 연주였으며, 오히려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면서 많은 대중들에게 바흐를 더 가까이 다가가게 했던 공은 누구도 부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글렌 굴드(1955년 연주)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항상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1981년판)』을 듣는다. 너무 들뜨지도 않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으며,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너무 조용하지 않으며, 적당히 빠르고 적당히 느린 곡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 듣는 다는 것은 클래식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딱딱한 연주회나, 큰 맘 먹고 음향기기에 앞에 앉는 것에 비해 부담이 없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단 운전할 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듣게 되면 굴드 특유의 Humming이 잘 들리지 않는다.) 어이없을 정도로 느리게 시작하는 아리아, 이어서 깜짝 놀랄 정도로 강한 액센트로 시작하는 제 1변주, 미친 듯이 질주하는 제 5변주, 14변주, 또다시 턱없이 느려지는 제 19변주, 베토벤 소나타 같은 제 23변주, 그러다 제 26변주부터 점차 가속하여 마지막 변주까지-특히 질주하는 기관차를 연상하게 하는 제 29변주- 숨쉴 틈 없이 몰아 부친 후 다시 한없이 느리고 명상속에 잠긴 듯한 아리아로 마치는 이 연주는 음으로 표현된 한편의 드라마이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약간 지루 할 수도 있고 끝까지 들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몇 번 듣다 보면 어느 순간에 몇 번인지도 모르는 변주곡이 당신의 마음에 들어와 앉아 당신의 마음을 휘어잡고 『골드베르그 변주곡』 전체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어도(누군가는 천 번도 넘게 들었다 하는데 나 역시 천 번은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멜로디를 거의 외우고 있다. 그리고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굴드나 피아노가 아닌 쳄발로 연주, 현악연주, 금관연주, 재즈연주 등을 듣곤 한다.) 들을 때마다 새롭고 처음 설레임의 감동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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