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이란 권리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다른 구성원과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동 법안의 핵심은 병역의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국적을 버린 자에게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억울한 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동 개정안이 이를 간과하여 너무 일도양단(一刀兩斷) 식으로 안을 만든 것에는 문제가 있으나, 기본적인 취지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은 국가라는 울타리안에 평등한 대우 받아야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에게 무엇 때문에 국가의 안보를 위하여 병역을 해야 하는지 회의를 들게 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외국에 파견나간 부모를 못 만나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국가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은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구나 원칙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 국민은 누구나 동일한 기준에 의하여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자신과 국가를 위하여 노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 대단하고 향후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노력할 수 있다는 이유로만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징병제 국가 병역면탈 제재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국가를 위하여 업적을 세웠으면 당연히 혜택을 받고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체가 건강함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국민의 자격을 갖기에는 부족하다. 더구나 그 때문에 국적을 이탈한다면 국민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고, 나아가 민족의 자긍심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고 그 혜택을 부여할 수는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역시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병역제도가 징병제로 되어 있는 국가들은 당연히 병역면탈에 대한 제재수단을 갖고 있다.
국적은 장식품이 아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성장한 민족이다. 우리는 근대화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감내하였고 국가를 잃는 경험도 하였다. 전범국가인 일제로부터 해방을 얻었지만 우리 손에 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북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전쟁도 경험하였고 갈등과 고통 속에서 이제 남북교류를 통하여 평화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한다. 병역의무는 바로 이런 가운데 서 있다. 이번에 개정된 국적법과 부결된 제외동포법 개정안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에게 오늘의 문제가 무엇인지 암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국적은 그냥 장식품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는 국민이 권리를 보호받을 때 뿐만아니라 국민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할 때 존립의 가치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