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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는 교육... 가서 머리나 식히고 오자!
혁신업무를 맡게 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정말 일주일이 하루 같고 한 달이 일주일 같기만 하던 차에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실시하는 병무청의 혁신가속화를 위한 “혁신실행 주도자 과정교육”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전에 제출하라는 과제도 없고 해서 급한 업무 몇 가지만 급히 처리하고 부담 없이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병무청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실시하는 9급 실무자 교육을 받은 적이 있던 터라 교육원을 찾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길가의 가로수, 표지판, 청사 앞에 서 있는 전경... 예전 모습 그대로 인 것 같았다. 순간 사무실에서 부대끼던 내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머릿속에선 “2박 3일 동안 머리나 식히고 가자”라는 생각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병무청이 처음입니다...
중앙공무원 교육원 늘새롬관으로 들어섰다. 예전엔 없던 건물인 것 같았다. 교육참석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병무청에 들어온 지 6년이 되는 지라 본청과 타지방청 직원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몇몇 사람과 안부를 물어 볼 정도는 된다. 잠시 후 입교식이 진행되었고 “교육생 전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입교식 시간 전에 도착한 건 병무청이 처음”이라는 말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곧이어 이번 교육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어 갈 퍼실러테이터(facilitator)가 소개되었다. LG그룹에서 근무하다 뒤늦게 외국에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왠지 혁신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된 학습의 시작...
교육시간표를 보니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정말 빡빡하게 짜여져 있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올라온 게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숙소 배정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이 5급, 6급인 상급자 밑에 나 같은 8, 9급은 한 두 명씩 편성된 분임조까지 나에게는 부담의 연속이었다.
본격적인 학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 분임별로 팀명, 팀구호, 행동규칙 등을 정한 후 분임별 게시판에 기록하도록 했다. 한창 유행하는 TV드라마 주인공 이름에서부터 만화캐릭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난 후 옆에 있는 짝꿍의 이미지에 걸맞은 “사랑과 관심의 이름표”를 만들어 달아주도록 했다. 내 짝꿍은 본청 사무관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멋쩍은 듯이 살펴보다가 나는 “포근하고 따뜻한”이라는 이름표를 만들어 주었고 내 짝꿍은 나에게 “상상력이 풍부한”이라는 이름표를 만들어 주었다. 어느새 사무관, 과장, 팀장 등의 서열은 이미 사라지고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각 분임별로 정해진 팀 명과 팀 구호, 행동 규칙에 따라 각자가 사랑의 이름표를 달고 2박 3일 동안만큼은 사무실에서의 직위를 잊어버린 채 오로지 몇 분임 누구로만 생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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