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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도록 개정한 국적법의 시행을 앞두고,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한동안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
생각해보면,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싫어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그동안 당당하게, 특권의식까지 느껴가면서 필요한 시기에 국적을 포기해 왔던 그들이 국적법 개정을 앞두고 일시에 국적이탈을 하겠다고 쏟아져 나온 것이 뉴스라면 뉴스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병역의무가 싫어 대한민국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이중국적자로 남아있으면서 국민의 의무는 피하고 권리만을 향유하려는 이중적인 사람들에 대한 비난일 것이다.
때문에 이번 국적법 개정은 우리사회의 올바른 가치관과 건강한 병역문화 조성을 위해 참으로 잘한 일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 조치로, 이중국적자가 병역의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다행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또 한 부류의 이중국적자가 있는데, 이들은 국적법상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된 자로 실상은 외국인이지만 국적상실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아 이중국적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로서, 이들 중에는 위법하게 국민의 권리는 향유하다가 의무를 부과하는 곳 앞에서는 국적상실신고를 통해 사라지는 예가 많다. 이는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자진하여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맹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와 같은 허위 이중국적자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공항에 있는 병무신고사무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 곳에서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수많은 병역의무자들을 대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안내하는 민원상담은 무엇을 위반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병역의무가 당연하지 못한 그들을 상대하는 일은 항상 만만치가 않았다.
병역의무자가 지켜야할 규정을 안내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설명 필요 없다... 다음에 들어올 때는 미국여권으로 들어올 것이다!” “시민권 신청해 놨다...”라고 하는가 하면, 아예 “군대 가기 싫어 빨리 미국시민권 따야겠다...”며 면전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또, 나는 우연인지 몰라도 3년이 넘게 공항병무신고사무소에 있으면서 이중국적자가 대한민국 여권으로 출·입국하는 경우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것이 무슨 대단한 특권이나 되는 것처럼 행세하는 진풍경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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