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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는 우리나라, 우리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긍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들은 출·입국신고서(E/D카드) 등을 작성할 때, 그것이 우리나라 공항에 제출하는 서류임에도 한글로 쓰려하지 않는다. 국적은 “대한민국”이 아닌 Korea나 South Korea이며, 날짜 표기도 연.월.일이 아닌 일.월.년 순으로 기재해, 서양인의 사고방식에 충실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런 반면에, 비록 외국 여권을 소지하였지만 그 여권에 쓰여 있는 이름은 한국 이름 그대로인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반갑고 흐뭇한 마음에 몇 번을 다시 보았다. 참 당당하고 여유로웠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왜? 이름을 바꾸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되물었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왜 바꿉니까?...”
여권에 날인 또는 부착된 각국의 입국사증(비자)이나 출·입국 도장을 보면, 자국의 언어에 대한 긍지를 엿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날짜 표기를 서구에서와 같이 일.월.년 순으로 표기하지 않고 연.월.일 순으로 표기한다.심지어 영어를 섞어 쓰지도 않고 한자로만 표기하기도 한다.
또 가까운 일본의 경우 Japan이란 영자 표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은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이다. NHK(방송사), NTV(방송사), ANA(항공사) 등 많은 영문 표기에서 그들의 국호 日本을 일본어 발음대로 니폰(Nippon)으로 쓰고 있다. 우리가 한때 Korea를 Corea로 바꾸자고 했던 것과 많은 비교가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재미 있는 것은 기업의 경우도 기업명을 영자로 표기할 때, 우리말의 발음대로 표기하는 경우와 영어로 번역하여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가 과연 생명력 있게 성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 있다. 무분별한 서구화에 국제화니 세계화니 하는 거센 조류 속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것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개발하는 데 소홀한 것은 아닐까... 문화의 가장 주된 부분을 차지한다는 언어... 우리가 우리말에 긍지와 애정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진정한 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화로 인한 무한 경쟁시대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우리말, 우리문화에 대하여 긍지를 갖고,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우리만의 색깔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건전한 국가관 확립과 건강한 병역문화 정착을 위하여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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