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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무전여행’이라는 단어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흔쾌히 허락을 해 주는 곳도 있었고 쓰레기를 주워서 나온다는 조건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유독 설악산만은 사정사정해도 되질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산을 밟겠다는데 누가 막는단 말인가!! 그 입장료로 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인데 산을 훼손하지 않고 휴지도 주워 나오면 그만 아닌가! 어떤 무전여행인의 말이 나와 같았다. 우리는 정문을 포기했다. 세상에는 정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문이 있으면 뒷문도 있고 개구멍도 하나씩은 꼭 있었다. 초·중·고등학교가 그러했지만 개구멍 이용의 뒷면에는 줄빳다가 늘 기다리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든다. 우리는 개구멍을 찾아 철조망을 따라 산을 올랐다.
항상 시련뒤엔 기쁨이 온다. 개구멍을 찾았는데 90도에 가까운 경사 위에 있었다. 그때 20kg에 가까운 배낭 무게와 피로는 그 경사를 90도로 보이게 했다. 그 경사를 울산바위를 암벽등반 하듯 올라 본격적으로 설악산을 등반할 수 있었다(울산바위까지 갔었는데 배고파서 못 내려올뻔 했다). 개구멍으로 등산하는 것도 힘들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참 좋은 경험이었다. 안 되는 것이면 되게 할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동강에서 배삯이 없어 개헤염으로 건너다 빠져 죽을뻔 한 적도 있었고 태풍 때문에 설악산에 고립될뻔한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며칠 동안 씻지 못하고 밤에 학교에서 어둠을 커튼 삼아 도둑 샤워를 했던 것. 그리고 깜깜한 밤 다리 밑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다가 냄새가 나서 후레쉬를 켜 보니 똥 옆에서 자고 있었던 것. 기꺼이 우리를 태워다 주시는 분들을 위해 같이 있는 동안 재미있게 해 드리기 위해 이야기 소재를 찾느라 머리를 짜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힘들고 배고픈 여행이었지만 그 속에서 인심을 배웠고 스쳐가도 그만일지 모를 그 인연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 사람들로 인해 나의 추억은 더욱 풍성해졌다. 그 인연들 중에서는 용돈을 주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먼 길 가는데 따뜻한 밥 한그릇 먹고 가라며 아침을 차려주시는 분도 있었으며 지금 가진 돈이 없어 너무나 미안해하시는 분도 있었다. 정말 가슴 따뜻한 경험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 잃어버릴 것조차 없었던 여행...
가진 것이 없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였던 여행...
발자국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고... 추억 이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던 여행...
무전여행에 대한 나만의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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