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대한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르누아르의 영혼을 채우고 있는 그림이 있었기에 그는 고통을 잊을 수 있었고 그림에 대한 열정만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르누아르는 굶주린 사자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찾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을 그렸다.
르누아르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향기를 품고 있는 그의 그림은 세상에 빛으로 다가온다. 비평가들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르누아르의 그림이 사람들 마음을 휘감은 것이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화가로서의 운명을 피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울창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림이란 건 그렇지 않은가. 벽을 장식하려고 있는 거야. 따라서 가능한 화려해야 해. 내게 그림이란...... 소중하고 즐겁고 예쁜 것, 그렇지 예뻐야 해.”
삶이 언제나 골치 아프고 가슴 아픈 것만은 아니듯이 르누아르에게 명성은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 그림이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극심한 가난에서 해방된 그는 다양한 작업을 추진하면서 세상의 중심을 향해 달려나간다.
“전진하는 길 밖에 없다.”
그렇지만 르누아르에게 명성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알고 있는 인생의 유일한 의미는 화가였다. 그는 명성보다는 화가로서의 삶에 충실했다. 자신의 그림에 만족을 모르는 르누아르는 그림의 소재를 찾아 여행을 한다.
그는 전원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이나 피아노를 치고 책을 읽고 잡담하고 꽃을 꺾는 젊은 여인들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는 이 테마들을 다루면서 ‘건조한 시대’를 빠져 나와 자기의 이상 세계에 더 적합하다고 느낀 보다 유연하고 벨벳 같은 그림 표면으로 돌아온다. 또한 그런 테마들을 다루면서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누드를 계속 그렸다. 르누아르는 누드가 “예술의 필요 불가결한 형식의 하나”라고 쥘리 마네에게 단언했을 정도로 누드는 좋아하는 테마였다.
많은 화가들이 존경을 표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화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호화로운 새장보다는 바깥 세상을 더 좋아하는 새처럼 르누아르는 현재의 만족하지를 않았다. 지병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도 그림을 그리기를 갈망했다. 말년에 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도 르누아르가 즐겨 그리던 테마는 고전 신화를 재발견하고 그 테마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손떨림을 막기 위해 움츠러드는 손에 붕대를 감고 그릴 정도로 마지막까지 그림을 놓지 않았던 르누아르는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1919년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품으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난 그것을 강물에 던져진 코르크 조각에 비유한다. 빙빙 돌다가 물살에 실려가고, 튀어오르고, 잠겼다 떠오르기도 하다가 잡초에 걸리면 벗어나 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다가 마침내는 사라지고 만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는 신만이 안다......”
그림만이 인생의 전부였고 그림이 있었기에 행복한 삶을 누렸던 그의 말년은 풍요로운 세월이었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서 사는 게 너무 바빠 잊고 있었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