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부터 신문지상은 물론 다중매체에서 갑자기 나타나 우리들의 입에 회자되는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생소한 말이다.
이 용어를 ‘노블리스 오블리제’ ‘노블레스 오블리제’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쥬’ 등 표기를 두고 제각각이다. 하지만 대분분의 언론과 출판매체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사용하고 있다. 과연 지속적으로 화두에 오르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무엇인가. 보통 노블레스는 ‘사회 고위층 인사는 물론 높은 사회적 신분’이며 오블리주는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이 의무의 발단은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적 의식과 솔선수범의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로마 사회 고위층의 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무장을 갖추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 기마병이나 중무장보병)은 더욱 확고했는데, 한 예로 코끼리와 함께 알프스를 넘어온 에꾸눈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벌인 16년간의 제2차 포에니전쟁 중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임기 1년, 2명)의 전사자 수만 해도 13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해양제국 카르타고를 제압하고 고대 세계의 맹주로 남았으나, 제정(帝政) 이후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서 발전의 역동성이 급속히 쇠퇴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제2차 포에니 전쟁은 초기 킨나이 회전(로마군 7만명 전사)의 로마패전으로 로마의 국가적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라는 명장이 자마 회전을 승리함으로써 전쟁은 종결된다.
다음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로마인들이 한니발 전쟁이라 부르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중 가장 결정적인 칸나이 회전과 자마 회전에 전투에 대해 간단히 적고자 한다.

칸나이 회전
기원전 216년 로마에서는 로마 시민인 보병 4만과 2천 4백의 기병, 그리고 동맹국 보병 4만과 기병 4천 8백을 모집했다. 두 집정관 아이밀리우스와 바로는 한니발을 추격했고, 한니발은 오판토 강 하류의 칸나에 마을 근처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다.
로마군도 10km 지점에서 숙영지를 세웠다. 그러나 두달 가까이 그들은 소규모 접전만 하며 시일을 보냈다. 한니발은 일부러 적에게 져주며 막판에 몽땅 털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삼국지에서는 교병계라고 했다.
양군의 진채는 2km의 사이를 두고 있었다. 로마군의 진형은 가로로, 그러나, 한니발은 불룩 튀어나온 활 진형을 하고 있었다. 바로는 중무장 보병으로 적의 중앙을 돌파하려 했고, 덕분에 2천 400의 로마 기병은 불리한 지형에서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1만의 특수 부대를 대기시켜, 돌파가 성공하면 바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려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