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같은 거인도 군대에 가야 할까요.
발 크기 370㎜에 키 2m18㎝, 몸무게 160㎏의 최홍만에게 맞는 군복과 전투화가 군대에 있을까요. 전투모(철모)는 또 어떻게 할까요. 족두리처럼 머리에 올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예전 군대에는 (어쩌면 지금도) ‘군복이 몸에 맞지 않으면 몸을 군복에 맞춰라’라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보급품 군복과 전투화에 몸을 맞추기에 최홍만은 너무 커보입니다. 철조망 통과 훈련을 할 때 철조망을 상당히 높게 쳐야 하고, 침상도 늘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총이 최홍만에게는 아이들 장난감이나 권총처럼 작아보이지 않을까요.

병무청에서는 단호합니다. 최홍만도 예외 없이 군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최홍만은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연기했지만 1980년생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입대해야 합니다. 공익근무요원도 4주간의 훈련은 받으니 최홍만도 군복을 입어야 합니다.

국방부는 최홍만 같은 거구를 위한 전투모도 있고, 전투화도 있다고 합니다. 작으면 맞춰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침상도 그렇답니다. 2m가 넘는 훈련병들을 한꺼번에 받아 큰 침대에서 재운다고 합니다. 이른바 거인군이 되는 겁니다. 실제 거인군은 4주 훈련으로 군복을 벗고 공익근무요원복으로 갈아입지만 만약 전투를 치르면 '골리앗 부대'로 전력은 막강할 것 같습니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합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 K-1 정상을 앞에 두고 2년여를 공익근무로 보내야 할 최홍만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키 1m96㎝ 이상이거나 몸무게 130㎏이 넘는 사람은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커서 ‘혹은맞는 옷이 없어서’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98년 대선 때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아들이 몸무게를 늘리거나 줄여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게 문제였습니다. 이후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사람의 병역 면제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79년생까지는 면제를 받았지만 최홍만을 포함한 80년생이 신체검사를 받은 99년부터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최홍만 측에서는 “씨름 선배인 강호동, 김영현, 이태현 등이 130㎏이 넘어 다 면제받았는데 딱 1년 차로 면제가 안 돼 아쉽다”는 입장입니다. 올해부터 1m40㎝ 이하의 작은 이는 군에서 완전 면제되는 규정이 생겼으나 키가 큰 거인에 대해서는 규정을 고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입니다.
공익근무요원을 하면서 K-1에 출전할 수는 없을까요. 그것도 어렵습니다. ‘4전5기’의 주인공인 전 프로복서 홍수환이 수도경비사령부에 근무하면서 프로복싱 타이틀전을 치르는 등의 선례가 있으나 옛날 일입니다. 방위병 신분으로 프로 경기에 출전한 야구 선수들 때문에 95년부터 병역기간 중 프로선수의 상업활동은 일절 안 됩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당분간 링에 오른 최홍만을 보기 어렵습니다. 태극기를 두르고 링에 오른 그이니만큼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리라 봅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