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전히 영종도에 찾아온 반갑지 않는 손님...
스멀스멀 기어와서 어느 순간 우리의 시야를 완전히 장악하고 만다.
차들도 비상깜빡이를 켜고 가는 듯 마는 듯 도로에 널 부러져 있고, 눈살을 찌푸려 보지만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내심 난 이 안개 자욱한 3월이 좋다. 서서히 영종도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계절인 봄이기 때문이다.
스산하고 추운 겨울동안 섬의 거침없는 바람과 눈보라에서 벗어나 멀리 바닷가에 아지랑이가 나부끼는 광경... 너무 따뜻하고 행복하다.
이런 자연환경과 벗을 하며 이곳에 근무한지도 벌써 5년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기념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세번째를 기억하고 다섯 번째를 기억하고 열번째를 기억한다.
그래서인가?
다섯번째로 맞는 영종도의 봄은 지난 5년을 기억하라고 나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다.

인천공항 병무신고사무소 개소 첫날인 2001년 3월 29일 정석진소장님을 비롯한 6명(조현술, 박갑열, 이연우, 정현자, 변인경, 우탁균)의 외인구단이 결성되었다.
국외여행분야를 근무한 경력이 전혀 없었던 우리는 그저 김포공항에서 배운 것 조금이랑, 법령·지침 등을 기초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때 겪었던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야간근무를 자주 해야 하고 이제 겨우 태어 난지 60일도 되지 않는 아이의 분유를 사러가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서 또다시 한 시간 걸려 집에 왔더니 배고픔에 지쳐 자고 있던 아이를 보고 맘 아파했던 날들...
생활의 어려움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 법령과 지침으로만 일을 하자니 김포공항 시절의 능숙한 업무처리시스템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민원인은 우리가 아마추어임에 관용을 베풀어 주질 않았다. 더욱이 국외여행허가 관련 병역법을 잘 알지 못하는 영주권자나 제일교포들과 부딪히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마 평생 욕먹을 것을 그 당시 거의 다 먹어 버렸지 않나 싶다.
1년 이상 국내체재 영주권자, 하가를 받지 않은 사람, 말도 안통하는 재일교포들...
우리는 금지를 시켜야 하고 그들은 어떻게든 출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쟁이다.
불만의 표현은 대부분 이러하다.
“이래서 이 나라가 이모양 이꼴이다.”
“내가 오늘 출국하면 다시는 이 나라에 발디디지 않을테니까 빨리 보내줘.”
“누가 병역기피한다고 했냐고, 잠깐 갔다 올테니까 오늘만 좀 보내줘.”
“나 ○○○인데 보내줘.”
“공무원이 누구덕에 사는데 이러는 거야.”
“누가 나한테 이 법을 알려줬냐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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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로 나누자면 애원형, 막무가내형, 친분동원형, 그리고 자포자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