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에 발령 받은 지도 꼭 한달이 되었다. 꽃샘추위에 눈이 내리지만 3월이라 햇살은 포근하고 바람도 한겨울처럼 매섭지는 않다.
새내기라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연발이지만 이해해주시고 잘 가르쳐주시는 선배님 덕에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동안 한 일이라고 해 봤자 별거 없지만 그래도 역시 집행을 다녀온 것이 내게 제일 큰 일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말이 주집행이고 나는 팀장님 따라다녀 온 것 밖에 없지만 역시 현장실습이 효과가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병무청 입사하기 전 친구들이나 가족 중에 군에 입대한 사람들은 몇 있었지만 한번도 그들을 배웅하러 가 본 적도 없어서 병무청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으면 ‘한번쯤 따라가는 건데’하는 후회가 되었다. 사실 입사한지 3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주집행을 가라고 해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선배님께서 잘 가르쳐 주시기는 하셨지만 혹여 행불자나 기피자가 생기지 않을까 아니면 인원이 제대로 입영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할일은 많은데 아는 것은 없으니 약간 초조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막상 당일인 21일이 되자 새벽에 일어나니 기분은 좋았다. 마치 의정부로 여행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하는 고속버스는 사람이 가득 차 출발했다. 입영열차가 없어져서 못타보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도 밝고 휴게소에서 사 들은 캔 커피 한잔이 한껏 긴장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 듯 하다.
내 옆에는 연인이 손을 꼭 붙잡고 자고 있었고 한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매만지며 우리아들 보고 싶어 어찌 하나를 되풀이 하고 있었다. 나는 일 때문에 가는 것이지만 버스안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군에 입대하는 누군가를 위해 의정부에 가는 것이니 그들의 정에 왠지 코끝이 찡했다.
한 4시간쯤 흘렀을까. 고속버스는 306보충대 앞에서 바로 앞에서 섰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충대 앞에 모여 있었다. 군에 입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들의 가족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길을 따라 죽 늘어서있는 노점상이었다. 주로 시계나 로션 깔창 전화카드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중에 제일 신기했던 것이 곰 인형이었다. 아마도 홀로 남겨진 여자친구를 위해 이 곰 인형을 보며 고무신 거꾸로 신지 말라고 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괜히 웃음도 나고 귀엽기도 했다.
나는 팀장님과 함께 입영사무소로 들어갔다. 나는 건물 안 구경을 살짝 했는데 드라마에서나 보던 군용담요가 나란히 놓여진 내무반이 있었고 오렌지색 체육복을 입은 군인들이 빗자루를 들고 계단을 쓰는 모습이 낯설기는 했지만 정겨웠다. 입영인원은 대략 1000명이 넘는 인원이었는데 인솔하는 군인아저씨(왠지 군인 옆에는 아저씨라 써야 어울릴 것 같다)의 목소리가 정말 커서 왠지 내가 다소 주눅이 든 느낌이었다. 집행 업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몇 명 조금 늦게 들어온 인원은 있었지만 다행히 예정된 인원이 무사히 다 입영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마음속으로 오늘 군에 입대한 사람들 모두 2년간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기를 빌었다.
새내기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려한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오듯이 자연스레 모두들 마음에 봄이 깃들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