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보병을 보고 갈리아 전위부대는 뒤로 빠져, 진형은 원래의 반대 모양이 되었다. 중앙 돌파에 적이 힘을 많이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편 기병은 한니발이 우세하였다. 이때, 갈리아 병사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전선을 이탈하였고 로마 병사들은 한니발의 2만 정예와 마주쳤다.
그들은 로마의 7만 병력을 잘 견뎌냈다. 중무장 보병끼리의 격돌이 로마가 우세하게 된 이 때에, 기병전은 한니발에게 우세하게 되어 있었다. 아이밀리아누스의 기병은 포위되어 사망하였고, 아이밀리우스는 보병 사이에서 싸웠다. 바로의 기병 역시 누미디아 기병에게는 손도 못쓰고 당해버려 로마군은 좌우가 비었다.
여기에 전선을 이탈한 갈리아 병사들이 육박한 것이었다. 이 포위망은 누미디아 기병이 못을 박았고, 중무장 보병대를 지휘하던 전직 집정관 세르빌리우스, 아이밀리우스와 독재관 파비우스의 부관이었던 미누티우스 모두가 전사했다. 포로는 1만명이 되었다. 칸나이 회전은 로마군에 큰 피해를 입혀, 살아남은 병사는 바로가 이끄는 기병 50기, 보병 4천명, 기병 200기, 그리고 미래의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도 끼어있었다.

자마 회전
기원전 202년, 가을 아프리카 자마에서 한니발이 지휘하는 5만(만 6천, 기병 4천, 코끼리 80마리)과 스키피오가 지휘하는 4만( 3만 4천, 기병6천)의 병력이 자웅을 겨루기 위해 진형을 펴고 있었다. 그런데, 보병과 기병의 비율은 카르타고군이 11대 1인반면, 로마군은 6대 1비로 로마군의 구성이 기동력에서 한니발적인 구성을 하고 있었다.
한니발은 선두에 80마리의 코끼리를 배치하고, 두 번째 대열에는 보병 1만 2천으로 이루어진 용병 혼성군을, 세 번째 대열에는 소수의 카르타고 시민병과 아프리카와 마케도니아 용병인 1만 9천의 보병을 배치했다. 이 보병대 양쪽에는 기병을 2천 씩 배치했다. 그리고, 후방으로 200미터나 떨어진 전선에는 한니발 자신이 이탈리아에서 데려온 1만 5천의 정예병력을 배치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했다.
스키피오는 누미디아 병사를 포함한 3만 4천 명의 보병군단을 중앙에 배치하였다. 여느 때라면 로마군의 전열은 적 쪽에서 보아도 분명히 식별할 수 있는 간격을 두고 소대별로 나뉘었지만, 이곳 자마에서는 소대별 간격없이 길게이어진 전열처럼 보였다. 경무장 보병소대가 사이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중무장 보병소대들 사이의 간격은 여느 때보다 넓어져 있었지만, 경무장 보병소대가 틈을 메우고 있었기 때문에 멀리서는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양군의 포진이 끝났을 때, 사기를 높이기 위한 총사령관 훈시가 있었다. 훈시가 끝난 후 로마군은 좌우익의 기병이 돌격하고, 한니발군은 80마리의 코끼리 부대가 출격하였다. 로마의 경무장 보병은 스키피오가 세운 작전에 충실히 따랐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해오는 코끼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스키피오의 명령대로 경무장 보병소대는 중무장 보병소대 사이로 파고들어 가면서 코끼리가 지나갈 만한 긴 통로가 만들어 졌다. 이 통로가 코끼리의 돌진력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코끼리는 일단 돌진하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기 어렵다. 코끼리 부대가 완전 탈락한 후 양군 보병사이에 전투가 시작되었고 중무장 보병 2만 2천 명과 누미디아 병사 6천 명의 로마군에 대해, 한니발은 3만 1천 명의 병사를 투입했다. 병력으로는 카르타고가 우세하지만, 전투력은 로마군이 우세하였다.
카르타고 쪽 전사자는 45세의 고대 최고의 명장이 처음 알프스를 넘었을 때의 베테랑 1만 5천을 포함해 2만이었고, 포로가 2만이었다. 반면 로마 쪽 전사자는 1천 500명으로 스키피오의 완벽한 승리였다.
로마인은 덩치에서는 갈리아인(현 프랑스 일대)이나 게르만인(현 독일 일대)보다 작고, 문화에서는 그리스인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이들을 능가하여 고대 대제국을 이룩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귀족(지도층)은 귀족으로서의 맡은 바 의무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실행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근·현대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겼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스쿠울’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 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미8군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렇게 모범을 보이는 서구 상류사회 사람들은 당연히 서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대한민국에서는 “노블레스(지위층의 특권)만 있지 오블리주(도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들이 행해하고 있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도덕적 부재를 질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용어가 바로 최근 화두에 오른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인 것이다. 사회적 성공은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책임은 법적 책임이 아니므로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려는 사람이 많은 나라일수록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