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는 동성애 코드가 배경으로 깔려 있지만 [메종 드 히미코]나 <타임 투 리브>[타임 투 리브]에 비하면 그 묘사 수위가 훨씬 낮습니다. 외국의 두 영화는 동성애자들의 생활상이나 심리묘사를 끝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게이인 야마자키가 나이트클럽 여자 화장실에서 루즈를 바르면서 여자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쳐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고백할 때 그 마음이 어찌나 절절한지 가슴이 싸하니 아파왔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하느님은 왜 이 남자들에게 여자로 살고 싶어 견딜 수 없어하는 운명을 주었을까 하고요.
5,5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의 지식인들은 깊은 회의에 빠집니다. 하느님은 어째서 인간들로 하여금 사람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게 했을까, 착한 자에게 복이 있으리라 해놓고 선량한 사람들이 무참히 당하는데도 왜 막아주지 않았을까……. 그렇게만 생각하니 답이 나오지 않더랍니다. 결국 하느님은 인간의 선(善) 의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러니까 좋은 세상은 사람들의 착한 의지로 만들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하느님은 이방인(?)인 동성애자들을 만들어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는 걸까요?
선 의지를 갖고 다른 것도 받아들일 줄 알라는, ‘우리'의 금 밖에 있는 ‘남'을 이해하고 공생하라는 가르침을 위해서? 사실 다수가 자기와 다른 약한 소수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상처를 주었던 게 역사의 진실일 겁니다. 유전학적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풍속은 그 종족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이롭기 때문에 만들어진 자연적 역사적 산물일텐데, 동성애자의 삶은 인류를 번식 발전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되니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자기 의지대로 안되는 일도 있고, 외형적 불결함과 달리 정신이 추악한 인간도 많습니다. 아마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은 색다른 소재 거리이기도 해서겠지만, 그만큼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도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자들은 순리대로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성(性, 외형적) 정체성과, 소프트웨어 성(내면적) 정체성이 양극화를 보일 때 어디를 따라 사는 것이 순리인지…,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쩌면 동성애의 문제도 큰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시대적 산물에 불과한 건지도 모릅니다. 소크라테스 시대엔 동성애가 공공연했고, 소크라테스 자신도 그것에 참여했던 한 사람이라고 전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