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기에는 많이 늦은 내 나이 서른…. 현역입대를 명받고 군생활의 문을 연지도 21개월이 지났다. 2008년 4월 1일, 입대가 늦어진 만큼 많이 긴장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덤덤하게 306보충대로 향했다. 취재진들과 배웅 나와 준 팬들의 웅성거림이 등 뒤에서 섞여 들릴때, 비로소 입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겪어본 적 없는 체력적으로 고된 훈련, 입에 익숙하지 않은 말투, 처음 접해보는 군사지식, 몸에맞지 않는 듯 불편한 전투복과 전투화, 무엇보다 철저하게 통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생활이 나에겐 많이 낯설었다.
또한, 일반인들과 단절된 생활을 하는 연예인으로써 생활한 13년간의 시간이 군대 안에서의 단체생활, 그 안에서의 나를 향한 시선들을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런 훈련소의 첫인상은 입대하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하루하루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힘든 훈련 뒤에 느껴지는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는 열정과 해보지도 겪어보지도 못했던 일을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 하루일과 끝에 주어지는 식판 안에 가득 담긴 고마운 음식들, 매일 느낄 수 있는 상쾌한 아침공기,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정겹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전우들의 얼굴, 평화로운 주말 오후의 생활관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이 모든 것들은 새로운 생활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소중한 것들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이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그 모든 것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알 수 있었다. 보고 싶은 사람들,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추억들, 입대 전 당연하게 느꼈던 수많은 것들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임을….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군대란 어떤 것일까? 입대전의 내가 그랬듯이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곳이라고 느껴지는게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 태어났고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군복무를 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