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장님 정말 가시면 안됩니다. 쓰러지시면 어쩌시려고 그 힘든 자리로 가십니까? 그 자리로 가셨던 분들이 다 쓰러지셨습니다”
이러한 소리를 들을 때마다 30년 가까이 병무인의 길을 걸어온 나로서도 진정 가야하는 길이 맞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건강한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길을, 내 몸이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당뇨 수치는 당뇨병의 경계선에 맞닿을 만큼 이미 높은 상태였고, 혈압 또한 140mm/hg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지만, 차마 그 길을 외면할 수 없었다. 반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한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는 이때에 공직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자랑스러운일이며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서무계장 보임을 받았다.
서울청이 국민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청, 그리고 병무청을 대표하는 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업무를 추진해가면서 부딪치는 장벽 앞에 자신을 더욱 더 채찍질하면서 동분서주 하느라 건강은 미처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또한 우리청의 성과관리가 2008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많은 인파속에 시달리는 출근길과 퇴근길에서도 어떻게 하면 우리청의 발전과 우리 직원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내 자신과 늘 씨름하였다.
이런 와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 어느 날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 갔는데, 검사 결과 혈당을 조절할 정도로 당뇨 수치가 올라가고, 혈압이 150mm/hg을 넘어 계속 약을 먹도록 처방이 내려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어쩔 수 없이 처방약을 매일 먹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막연 한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었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지는지, 이제라도 청장님께 말씀드려서 다른 보임을 받을까하는 약한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공직자로서 한 가지 신념이 있다.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부끄 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 언제 어느 곳의 자리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 떳떳한 선배가 되자는 것이다.
정말 내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신념을 지키고 싶었으나 결국 쓰러지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안 좋은 일은 몸이 먼저 느낀다고 하였던지, 그 날은 이상하게도 몸도 편치 않았고 마음도 불안하였다.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정확히 5월 2일이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날은 집에서 쉴 수 있는 토요일이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토요일 오전부터 아프기 시작한 통증이 오후 들어서도 계속 이어졌고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실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쿵하는 소리에 놀란 가족들에 의해 생전 처음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119 구급차에 실려가 응급실에서 CT, MRI를 찍었으나 큰 이상이 없다고 하여 5월 3일 오전1시경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날 4시경, 혀에 마비증상이 오더니 구토증상과 다시 쓰러져 119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로 다시 실려 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