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서 수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여름 해수욕장이든 수영장이든….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서 의족을 벗은 내 모습을 보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춘 수영장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었고 작년 7월쯤 한마음 스포츠센터(해운대구 좌동)를 방문했다. 센터가 세워진 건 1월쯤이였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아 몇 개월을 고민 또 고민했다. 수영장에 들어서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또 한번 절망에 빠졌다. 레인만 다를 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수영장을 이용하고 있었고, 아무리 둘러봐도 나처럼 신체의 일부분이 손상(절단)된 장애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장애인의 경우 강사님과 상담 후에 수영장 등록이 가능했고 상담해 주신 강사님은 망설이고 있던 나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셨다. 이 분이 지금의 내가 메달을 딸 수 있게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신 “박광종 감독님” 이다.
등록을 하고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처음 몇달은 어머니와 함께 다녔다. 의족을 벗고 휠체어에 의존해 수영장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나에게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벗어나는 길이 심적으로 안정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대로 들어가자마자 마치 외계인이라도 나타난 듯수영장 안에 있는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빨리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물 속에 들어가면 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숨길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열심히 수영을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은 탤런트 오지호를 닮은 잘 생긴 강사님이였다는 사실! ^^; 서먹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에게 편안하게 수업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선수들처럼 멋지게 수영하고 싶었던 나에게 사실 50분의 수업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마다 혼자서 2시간 이상을 연습했다. 그런 연습을 여름 내내 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수영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좀 더 큰 목표가 있다면 성취감과 함께 수영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심 수영대회라도 나가 다른 수영 선수들과 견주어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보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