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옆 라인 부산 장애인 수영선수 감독님께서 “주영씨 수영선수 한 번 해보실래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지만 겉으론 약간 튕기는 척, 인심 쓰듯“네” 라고 대답했다. 그때만 해도 “네” 라는 그 짧은 대답이 힘든 고난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체전 몇 개월 전부터는 매일 2시간 이상 강훈련을 했다. 주종목(자유형), 부종목(배영) 연습에 발차기 연습, 기록체크 등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정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혹독한 훈련때문에 가끔은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퇴근시간에 쫓겨 김밥이나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고되게 훈련받고 집에 들어가면 바로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그런 생활을 몇개월 하고 나니, 사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고된 훈련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출전하는 대회지만 메달 하나라도 목에 걸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체전 출전종목과 대진표가 나왔다.
‘헉!!’
첫 출전인데 4개 종목에 릴레이까지….
감독님께서 배정해 놓으신 것이다. 릴레이는 단체전 으로 점수가 많이 걸려 있는 종목이라 부담이컸지만 한가지를 하더라도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전국 팔도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 TV에서 보던 유명한 수영선수들도 꽤 보였다. 내 순서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마구 뛰었다.

시합 전 몸을 풀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온 몸이 굳어 오는 것 같았다. 물속에서 심판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 면서 오로지 스타트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부정출발로 인해 일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심판의 스타트 소리가 들리자 정신없이 질주했던 기억밖에는….
첫 경기는 50m 자유형. 내 욕심엔 조금 못미쳤지만 3등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두 번째 50m 배영 역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터라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몇 경기 치르고 나니 이젠 긴장도 풀리고 나름대로 안정을 찾았다. 드디어 자유형 100m다. 선배들이 이 종목에서 내가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기에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다른 선수들 또한 열심히 하는 법. 이 경기 에서도 3등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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