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나 역시 가고 싶지는 않았다!
2002년 대한민국. 그 당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붉은 물결이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을 감싸 안은 한 해였다. 2002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면서 붉은악마의 응원과 함성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월드컵은 사실 그리 좋은 기억만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말이다. 다른 이들은 붉은 셔츠를 입고 응원하러 갈 때, 난 머리를 자르고 모자를 눌러쓰고 훈련소로 가야했 다. 사실, 군대라는 곳은 남자에게 있어 인생의 황금기를 그것도 남자만 우글거리는 곳에서 2년 넘게 보내야 하기에 그리 달갑지 않았다. 가고 싶지 않았다. 피할 수 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 역시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나의 의무를 피할 수 없는 것을...
역시나 군대는 힘들었다.
2002년 6월 12일. 훈련소에 데려다 주신다는 부모님을 억지로 말리고 함께 입대하는 친구와 논산훈련소로 향했다. “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하고 시작하는 “등병의 편지” 라는 음악이 귓가에 맴돌았다. 남들은 밖에서 축구 응원할 때, 난 훈련복을 입고 진흙탕 속을 기어야 했고, 남들이 응원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나는 수통에 들어있는 미지근한 물 한 모금에도 감사해야 했다.
6주간의 기본 군사훈련과 3주간의 주특기 교육을 받은 후 드디어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다. 내가 배치 받은 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3군수지원사령부 예하 81정비대대 라는 곳이었다. 맡은 업무는 전차 및 화포 등의 장비와 각종 엔진, 변속기, 전차괘도, 타이어 등 무게가 무거운 장비 및 관련 부품을 보급해 주는 일이었다. 신병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몇 천개가 넘는 각종 재고품의 번호를 외우고 수량을 파악하는 일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아마도 그때의 버릇이 남아서 일까? 4자리의 숫자만 보면 재고번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 뿐이 아니다. 군대라는 곳은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는 곳이기에 선임병과 후임병간 지켜야할 예절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은 곳이다.업무는 업무대로, 내무반(지금은 생활관)생활은 생활대로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동기들의 실수는 곧 나의 실수가 되어 함께 혼나기도 하고 야간 근무를 위해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