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에 몸담은 지 30여 년이 가까워 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때는 전산화가 되지 않은 탓에 지금처럼 모든 업무가 빠르고 정확하지 못하여 병적기록부 작성 단계에서부터 예비군 훈련까지 모든 것을 수작업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80년도 중반 경에 있었던 실제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해 볼까요.

매년 시·도 교육청에서는 고입 및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후 합격자 명단을 본적지 지방청으로 보내 왔습니다. 거기에는 아직 징병적령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과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섞여 있고, 행정구역도 틀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담당직원은 자기 나름대로 ‘소표’라는 서식을 만들어서 개인별로 일일이 체크해가며 고입검정과 고졸검정으로 구분하여 며칠에 걸쳐 작성한 후, 본적지 시·군별로 분류하는 도중에 점심시간이 되어서 30cm 자로 눌러 놓은 채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창문으로 불어온 바람이 소표를 거의 다 날려버렸다고 합니다. 이를 본 다른 직원이 얼른 주워서 제자리에 갖다 놓긴 했는데...
다음 해 입영통지서가 나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이 가십니까? 고졸과 고입이 뒤섞여 통보되는 바람에 현역으로 병역처분될 사람이 보충역으로, 보충역 처분될 사람이 현역으로 처분되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원인을 밝혀보니 소표에 고졸과 고입을 따로 구분은 했지만, 따로 표시를 하지 않았고 이것이 바람에 뒤섞인 과정을 모르는 그 직원은 이를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후임자는 전임자만 믿고 그대로 통지를 해버렸던 거지요.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슬픈 현실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병무청의 거의 모든 자료는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동으로 처리하게 되었지만, 과정별로 후속처리는 아직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누적된 정보쓰레기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병무행정이 전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참 많이 달라졌다고 자랑하고 있긴 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요구수준이 다양해진 까닭도 있겠지만 우리가 국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국민들의 불평과 불만, 병무행정에 대한 요구사항을 잘 수용해서 국민들이 만족해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서서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를 미리 예상하여 사전에 서비스해 줌으로써 감동을 주자는 것이 우리 병무행정의 목표이자 이 시대가 바라는 소명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 지방청에서 자체 운영하고 있는 ‘입영전망대’사례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제공해 주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담고 있는 자랑할 만한 제도라 할 것입니다.

입영전망대란 마치 일기예보처럼, 재학생입영원 출원이나 입영일자/부대 본인선택 가능일자, 공익요원의 소집일자와 복무기관 등의 상황을 그날그날 알려주고 예보해주어 학생의 복학시기나 직장의 복직시기 등 자신의 형편에 맞게 일정을 세우도록 도움을 주는 <1일 입영예보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를 우리 행정이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소중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앞으로 수십 만 병역의무자가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입영전망대에서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고, 잘 만들어진 전망대의 망루에서 가슴 열고 크게 웃는 행복하고 씩씩한 젊은이를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