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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밤하늘, 청량한 대기 아래 하나 둘 은근히 모습을 드러내는 별무리들이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그러나 훈련복 차림만으로 버티기에는 꽤 매서운 맞바람이 우리의 앞길에서 으르렁대고 있었다. 저녁 7시, 내가 소속되어 있었던 육군훈련소 25연대 전원은 군사훈련의 대미를 벅찬 기상으로 장식하기 위하여, 가슴 가슴을 뜨거운 성취감의 불꽃으로 충만히 밝히기 위하여, ‘눈물의 아리랑 고개’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함박재 고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마지막 훈련이다. 끝까지 힘을 내자!’는 위로의 말을 주고받으면서, 무거운 군장을 짊어진 서로의 어깨에 힘을 북돋아 주면서....
조금씩 거칠어지는 호흡, 그와 함께 등줄기로 축축이 적셔오는 땀방울들. 그리고 얼굴을 덮치며, 때로는 방탄 속 옷소매 속까지 엄습해 들어오는 차가운 산골짝 바람의 쓰다듬음과 조우하며 우리는 굽이굽이 휘어져있는 능선을 타고 묵묵히 전진했다.
강도 높은 훈련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나의 가슴에 다가왔던 가장 큰 화두는 ‘나는 무엇을 위해 군에 입대하였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극복해왔던 모든 훈련들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진지한 물음이기도 했다.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이러한 내면의 토론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군에 갔다오면 사람된다고 하더라. 나도 제대해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머님께 더욱 잘 효도드릴 수 있는 멋진 아들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동안 얼차려 받으면서 상체가 많이 튼튼해졌어!’ ‘물건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습관도 생긴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명멸해갔다.
우리는 조국과 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외국시민권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국방의 임무를 거부한 모 인기가수의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몇몇 스포츠 선수들과 연예인들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병역면탈을 시도하려다 적발되어 법의 심판을 받고 재차 입대판정을 받는 등 공인들의 병역회피 문제가 사회이슈화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신체적 활동을 통해 혹은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직업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그들의 속사정이 짐작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조국이 부여한 책무에 누구보다도 솔선수범적 자세를 보여야 할 그들이 자신 앞에 주어진 병역을 회피하려는 대목에서, 사회 일각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깊은 안타까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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