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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면 이 땅의 산과 들에는 많은 풀꽃들이 피어난다. 3월에서 5월 사이에 지천으로 얼굴을 내미는 이 풀꽃들은 자연이 내린 선물이다. 산과 들을 곱게 채색하는 초본식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노루귀, 꿩의바람꽃, 할미꽃, 제비꽃, 노랑매미꽃, 앵초, 현호색, 얼레지, 각시붓꽃, 노랑붓꽃, 양지꽃, 개망초, 꽃다지, 애기똥풀, 미나리아재비, 가락지나물, 벌노랑이, 씀바귀, 광대수염, 벼룩나물, 구슬봉이, 엉겅퀴, 자운영, 쌍꽃대. 홀아비꽃대, 붓꽃, 골무꽃, 산괴불주머니. 뽀리뱅이. 방가지똥, 쇠서나물, 부처손, 각시둥글레, 피나물, 민들레, 복수초…. 그야말로 풀꽃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로 이 산하를 꽃밭으로 장식하는 풀꽃의 오묘함!
어디 이뿐인가. 우리 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백, 산수유, 매화,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 백목련, 철쭉, 개벚꽃, 배꽃, 앵두꽃, 복사꽃, 수선화 같은 봄꽃들은 그 진한 향기와 화사한 색깔로 우리들 마음에 고운 무늬를 새겨 넣어 준다.
꽃은 아름다움 이상의 특별한 의미
꽃은 아름다움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암술과 수술이 있고 화분관 속의 정핵과 씨방 속에 있는 밑씨의 난세포가 결합하여 수정이 이루어진다.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화려한 빛깔과 향기로 곤충을 유혹하는 행위는 여느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
꽃을 ‘자연의 어머니’ 라고 말한 분도 있지만 꽃이 지닌 신비와 오묘함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모양이며 색, 피는 시기와 맺는 열매는 달라도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갖은 고난을 이겨낸다. 참으로 위대한 자연의 법칙이다.
풀꽃들의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산으로 들로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가까운 야산도 좋고, 고향의 둔덕이라도 상관없다. 카메라와 식물도감을 들고 찾아나서 볼 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봄꽃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빛바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고향의 봄. 그래, 나의 어린시절은 산과 들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 산과 들에서 만난 숱한 풀꽃들의 이름은 희미하지만 그 모습만은 생생하니 살아있다. 그 풀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마을 뒷산에 오른 우리들은 양지바른 산비탈에 오종종 피어난 풀꽃을 꺽어 그 향기를 맡곤 했었다. 수줍은 듯 다소곳이 피어난 한무리 노오란 꽃송이! 그것은 생명에 대한 경이이자 환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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