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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아들이 꽃을 보내왔다. 빠알간 카네이션 두 송이를 마주하니 아들을 본 듯 기뻤다. 지금쯤은 고된 훈련에 파김치가 되어있을 텐데 잊지 않고 꽃을 보내준 아들의 정성이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드디어 기다리던 편지도 받았다. 팔꿈치와 무릎이 모조리 벗겨지도록 죽을 힘을 다해 포복을 하고 힘든 종합각개전투와 무시무시한, 말로만 들어오던 완전군장 20kg을 둘러메고 5시간 야간행군도 무사히 마쳤다며 곧 집에 갈 테니 걱정을 말라고 씌어있다. 새파란 훈련병이 편지에다 집에 곧 간다는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웃음이 쿡 났다. 잔뜩 긴장했던 가슴이 스르르 풀렸다. 아들이 간절히 보고 싶었다. 국방부 홈페이지를 뒤져 28연대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뻣뻣하게 굳어있는 수많은 얼굴들 틈에 살풋 미소를 머금은 아들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반가웠다. 쇠는 달구어질수록 단단해지는 것이며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사람다워지는 법인가. 고되고 힘들어도 밝게 웃을 수 있는 아들의 백만 불짜리 미소가 너무나 반가웠다.
무릇 세상의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은 폭력을 싫어한다. 모든 생명은 고귀한 것이며 하나뿐인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세계는 입으로만 유토피아를 향한 채 한 치의 이익을 쫓아서 발을 옮기고 있다. 세상은 약자의 편이 아니며 아직도 힘의 우위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슬프게도 생명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아까운 생명시간의 일부를 헌납해야 하는 국방의 의무 앞에 이러한 피치 못할 사연으로 나는 뒤로 빠지고 저러한 생각의 차이로 너는 회피하려 한다면 국방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우리나라는 곧 내 나라이다. 온전한 내 것을 내가 아닌 남이 나 대신 지켜주길 바람은 몰염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에 보낸 외아들을 지켜보면서 미래를 위해 정진을 해도 시간이 모자랄 피 끓는 청춘을 국방이라는 미명하에 의무라는 굴레를 씌워 2년이란 긴 세월을 오롯이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치욕의 일제치하에 약탈과 억압의 나라 잃은 서러움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지 않은가. 많이 배우지 않아도, 그 시절을 몸으로 살아내지 않았어도 우리의 핏줄에는 한으로 한으로 흐르고 있다. 세계에는 아직도 나라 잃은 소수 민족이 많이 남아 있다. 나의 희생을 바탕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잠시의 버거움보다 지켜야 할 조국이 내게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벅찬 감동인가.
반가운 아들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충성! 어머니, 저 오늘부터 일병 됐음을 신고 합니다!”
군인의 씩씩함이 물씬 나는 아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눈치다. 초등학교 시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교 회장을 따내어도, 까만 밤이 하얗게 되도록 책과 씨름하여 어려운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어도 내내 무덤덤하던 녀석이 입대 오 개월 만에 온갖 시련을 겪고서야 겨우 얻어 건진 작대기 두 개가 무에 그리 신이 나는 일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작대기 두 개를 얻기 위해 아들이 흘렸을 땀과 노력의 무게에 자꾸만 목이 메인다. 나는 알고 있다. 아들의 구리 빛 팔뚝에 울룩불룩 근육이 굵어가고 튼실한 어깨에 작대기가 쌓여질수록 어린 시절의 극기 훈련이 아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왔듯 다가올 미래를 위한 현명한 인내와 용기가 아들의 어깨와 팔뚝에 몇 곱의 두께로 쌓여질 것을.
사랑하는 내 아들 일병 이형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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