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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에서는 중앙신체검사소를 참관했다. 우리가 좀 전에 보았던 신체 검사장은 서울지방병무청으로 서울에 사는 신검 대상자들이 검사 받는 곳이다. 그리고 중앙 신체검사소는 전국 지방청 징병 검사에서 5, 6등급을 받은 자들을 대상으로 재검을 하는 곳이다. 병역 면제 대상자들을 철저히 가린다는 취지로 다시 검사하는 곳인 것 같았다.
중앙신체검사소 건물은 작고 낡아서 우리 인원이 전부 들어가지 못한다며 한 팀이 다 돌아볼 동안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며느리를 내보내라’는 봄볕을 따갑게 받으며 서 있는 나의 눈길을 아까부터 끄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 젊은 남자는 우리가 참관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댔었다.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신경이 거슬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열심히도 찍어댔다. 캐주얼 차림에 귀걸이를 한 젊은 남자는 이 시간에 왜 여기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걸까.
“뭐하시는 분이에요? 홍보 담당 직원이세요?”
“아니요, 공익이에요.”
그가 공익이라는 말에 잠시 띵했다. 이곳에 와서 계속 듣고 있었던 달라진 병무행정에 대해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귀걸이해도 돼요?”
“예.”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관두기로 했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들은 초면에 하면 다 실례되는 질문들뿐이었다. 한달에 돈은 얼마나 받나. 친구들은 고단한 곳에서 고생하는데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무슨 이유로 공익 판정을 받았나. 퇴근하면 뭐하나 등등.
드디어 중앙 신체검사소 참관까지 다 마쳤다. 이날 행사는 시간 낭비 없이 빡빡하게 치러졌다. 그리고 주체 측과 방송 작가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국회로 불려간 병무청장님은 끝내 참석하지 못하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무청에 온 여자는 남자들에게 갖고 있는 ‘약간의 미안함’을 아주 조금 덜어버렸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다. 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래서 나는 남자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현역병으로 군대에 입대하는 남자들에게 어둠의 자식들이란 닉네임이 붙여졌던 시대를 우리는 기억한다.
과학적인 병무행정시스템, 귀걸이 공익, 병역비리 방지책(防止策)을 보며 미안함을 아주 조금 덜어놓았다면 나의 오버인가.
병무 행정이 달라지고 있다고, 스스로 개혁하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말을 믿는다. 그래서 좀더 인격적인 환경과 대우를 받으며 남자들이 군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서 우리도 군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시대에 살게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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