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휠체어를 들어보고는 너무 무거워 깜짝 놀랐다. 도대체 이 작은 아이들이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몸도 가누기 어려운 아이들, 음식도 자신의 손으로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휠체어의 무게를 알까?
평생 건강하게 살아온 나도 언제가 딱 한번 휠체어를 타 본적이 있다. 약 3년 전, 만성중이염으로 고실성형술 수술을 받을 때였다. 입원실에서 수술실까지 혼자 걸어갈 수 있다고 고집했지만, 간호사는 자신의 일이라며 나에게 휠체어에 앉으라고 했다. 입원실에서 수술실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휠체어에 앉아 있던 나는 참 우울했던 것 같다. 오래된 대학병원 건물은 매우 음산했고 특히 수술실은 불안하리만큼 적막했다. 4시간 정도 수술을 마치고 다시 휠체어에 몸을 실었을 때, 나는 거의 의식도 없이 두려워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때 한줄기 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나의 사랑스런 가족들, 어머니, 아버지, 언니가 휠체어 뒤에 있어 주었다. 암흑 같은 두려움 속에서 빛 같은 존재가 내게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 당시 휠체어가 그렇게 무거운지 느끼지 못했다. 아니 그때의 휠체어는 나를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힘으로 다가왔을 뿐이었다.
신애원 아이들의 휠체어를 보면서 그 무게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휠체어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아닌 것이다. 내가 휠체어에서 든든함을 느꼈던 것처럼, 아이들의 여린 몸에 비하여 휠체어가 그렇게 무거운 이유는 가족과 이웃의 사랑으로 함께 그 무게를 나누어 가지라는 신의 깊은 의도가 아닐까 한다. 한걸음도 걷기 힘든 이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건강한 이웃은 휠체어를 밀며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사랑의 이치를 우리에게 알려 주시려함이 아닐까?
신애원 아이들은 모처럼 공원나들이에서 무척 즐거워하였다. 한줄기 햇살과 한줌의 바람이 아이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다가가기 바란다. 그리고 신애원 아이들도 내 인생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음을 즐겁게 고백한다.

앞으로 부모가 될 젊은 사람들이라면 2007년도에는 꼭 한번 장애우시설이나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해 보았으면 한다. 인디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지구에 온 여행자라고 부른다. 특별한 인연으로 지구를 찾아온 이들 여행자들이 하나의 소중한 우주임을 깨달고 좋은 부모가 되는 길에 대하여 한번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내 아이, 내 가족이라는 좁은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이 땅에 온 지구별 여행자는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 받으며 꿈을 펼칠 수 있는 차별 없는 삶의 터전을 우리 어른세대에서 만들어 주자고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