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은 참 묘하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지나간 일들에 대해 작별을 고해야만 할 것 같은 슬픔, 때론 힘들었던 시간 사이로 흉한 마맛자국처럼 보기 싫게 남겨져 버린 후회, 하지만 금방이라도 새살이 돋아날 것 만 같은 한 줄기의 희망,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미래를 향한 소망...! 한 해의 끝 그리고 한 해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만감이 최고로 교차하는 시간이며,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어떠한 의미를 두고 싶어하는 그런 시간인 것 같습니다.

2006년, 저는 독립인이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한 27년이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시간과는 작별을 고하고 이제는 진정한 어른으로, 자유인으로 “경제 독립! 정신 독립! 육체 독립!”을 외치며 내 생애 첫 타지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서울지방병무청 정문에 들어섰던 첫걸음, 동기들과 나눴던 수줍은 첫인사, 현재 이 자리에 앉았을 때의 첫 각오.... 누구에게나 꿈을 향해 뛰는 심장이 있듯이, 그 순간 저에게도 뛰는 심장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고 어떠한 높은 벽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콤한 허상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었습니다.
내부고객을 대하는 서무란 자리는 때로는 영웅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무지(無知)가 팀 전체적으로 불이익이 되기도 하고 크고 작은 실수가 팀원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 가기도 합니다. 본의 아니게 내부고객에게는 일을 덤으로 던져주는 자리라서 때론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서무는 일반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며 ‘서럽게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라구요.
“난 참 강하다” 이렇게 마음을 먹다가도 한없이 무너지는 연약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속이 상하는지 침묵의 언어로 감정을 통제하다가도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를 때면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꿀꺽꿀꺽 삼키며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서로 기대어야 한다고 사람 “人”이라고 했던가요? 가끔씩 찾아오는 서러운 마음에 독단적으로 마음을 가둬놓고 혼자서 끙끙 애를 태우기라도 하면 누군가가 이런 연약한 마음을 알고 다가와 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동기가...때로는 선배가...
“힘 내!”, “지금도 잘 하고 있어!” 한 마디의 말로써 마음을 녹여 의지하도록 하고 다시금 독립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