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올해 늦가을, 낙엽의 청취가 채 가시기 전인 11월 25일, 우리 나라 화엄의 본찰이자, 국토수호적 의미로 건립되었던 호국사찰인 부석사를 찾았다.
종교적인 차이를 떠나 일단 ‘절'을 찾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숙연해진다. 그리고는 항상 왜 진작 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아주 맘에 드는 노래를 들었을 때 하루종일 그 노래의 가사가 머릿속에서 뱅뱅 돌며 떠나지 않을 때처럼..
부석사를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곳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토요일 아침 일찍.
나이 많은 산사를 찾아가는 길... 그 길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레이기만 했다. 부산에서 부석사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하긴 오래된 사찰이니 사람들 발길 쉬닿는 곳에 있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신라시대의 사찰, 의상대사가 직접 창건하였다는 부석사(浮石寺)는 지금도 그 위세가 당당하다. 삼국통일기인 676년에 세워진 부석사는 그 위치에서부터 다른 사 찰과 비교된다. 우리나라의 절이 일반적으로 산 속 깊은 곳에 자리를 하는데 반해 부석사는 산 속이 아닌 산등성이에 차근차근 길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670년 왕의 어명을 받은 의상대사가 전국을 다섯 해나 돌아다닌 끝에 이 터를 발견하였다고 하니 얼마나 공을 들인 절인지 짐작이 간다.
천년을 넘게 버텨온 당당한 기세에 움찔, 일주문을 지나면 사과 밭이 양 옆으로 자리하고 있고 저 멀리 천왕문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1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이미 낙엽이 길가에 떨어진 상태였지만 유물전시관에서 본 가을의 이 길은 샛노란 은행나무로 가득한 황금터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