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엔 꼭 가을에 한번 더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량수전으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무량수전(無量壽殿). 그저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뻥 뚫린 듯 했다. 잠시 넋을 놓고 무량수전을 쳐다보다 뒤돌아 안양루를 바라보면 뚫린 가슴으로 차가 운 바람이 불었다.

현재 국보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는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큰 법당이다. 무량수전을 뒤로 소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막힘없이 시원한 것이 무량수전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경치를 보니 의상대사가 다섯해를 헤맸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눈에도 무량수전의 산뜻하게 올라간 처마나 배흘림기둥은 편안한 듯하면서도 위엄을 갖춘, 한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자태이다. 때마침 소조여래좌상 앞에 절을 올리는 방문객들을 보려고 얼굴은 무량수전 안으로 엉덩이는 밖으로 비죽 내민 어린 아이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아름다움, 장쾌함, 정연함,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고 느끼지 못했지만 부석사와의 첫 만남이 그다지 낯설지 않고 편안한 일상처럼 나에게 다가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단일사찰로는 드물게 국보와 유물이 많아, 그래서 유독 그 어느 유적보다 국사교과 서에서 많이 등장하는 이 곳을, 노오란 은행잎이 휘날리는 황금빛 은행잎 길을 다시 한번 찾으리라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일년에도 몇 번씩은 통과의례처럼 사찰을 가게 되지만, 올 가을 부석사 무량수전을 다녀온 일은 나의 기억속에 가장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알면 사소한 것도 달리 보인다고 하였던가. 의미없이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 되고 싶지 않은 생각에 미리 자료를 찾아 부석사 건물들 하나하나 그 사연을 알게 되고 나서 찾아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자연의 경치며 문화재도 관심을 갖고 찾으면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고 그들의 특 징도 보이게 된다. 다가오는 2007년에는 주변에 좀 더 관심을 쏟는 한해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