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는 개인적으로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 중의 하나이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출근을 하다보니 월요일 아침식사는 동도 트기 전에 넘어가지 않는 밥알들을 국물에 말아 꾸역꾸역 밀어 넣는 형편인지라, 점심때까지의 시간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배시계가 마구 자명종을 울려 대는 관계로 허기를 무척이나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맛이 있건 없건 간에 나름대로의 규정된 양을 채워야만 그 포만감으로 인간스러움을 느끼는, 참으로 원초적이며 미진화된 식성임에도 불구하고 개탄할 수 없는 나의 습성이기도 하다.

그날도 여느 월요일과 다름없이 청사근처의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걸쭉하니 데워진 추어탕을 한 그릇 말끔하게 비우고 밀려오는 포만감에 온 몸을 맡긴 체 나의 인간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리 팀장님께서 혈당이 높아 식사량을 조절하고 계시는 터라 밥 한 공기 중 절반에 가까운 양은 다른 사람, 특히 제일 젊은 나에게 담뿍담뿍 담아주시는 행운까지 누린다.
덜어진 밥그릇을 바라보며 내게 늘 따라다니는 인복과 식복에 스스로 대견해 할 줄 아는 자만심까지 갖추면서 만족스런 식사에 이어 건네진 상큼한 매실차 한 잔을 받아 들었다.
매실차가 담겨진 종이컵을 받아 들고 후식의 즐거움을 혀끝으로 느끼려는 순간, 혀끝보다 먼저 손끝으로 무언가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 든다.
뭘까 싶어 들고 있던 종이컵을 물끄러미 쳐다보노라니, 허~~ 그놈 참 특이하게도 생겼다. 종이컵의 중간쯤에 대략 1cm 간격으로 주름이 석 줄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혼자 생각했다.
종이컵의 노령화? 웬 주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한 번 물어보자.
질문을 던진 나와 그 질문을 잠시 생각하는 우리 직원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역시 우리 부서의 직원들말하기도 좋아하고 말솜씨와 아이디어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