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된 의견 중 미끄럼 방지용이 가장 압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그 외 디자인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남은 내용물이 쏟아지는 것을 일정부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접기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등등 소수의 의견들도 있었다.
또한 주름들 위로 적혀져 있는 3S 라는 광고문구에 대하여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 팀장님께서 항시 강조하시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상시학습의 생생한 현장이 진정 아닐 수 없다.
주름의 용도와 3S의 의미에 대해서는 추후에 확인하기로 하고 식사를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을 위하여 우리는 자리를 비워주고 일단 식당을 나섰다.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그 회사로 전화를 걸어 응답하는 여직원에게 두 가지 궁금증에 대한 답을 달라고 귀엽게 생떼를 부려 보았다.
그 여직원은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런~~, 귀여움이 잘 안먹혀 들었나보다.
다른 사람을 바꿔준다고 하며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여리게 들려온다. “부장님~~, 부장님~~”
잠시 후 부장님이 틀림없음직한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 역시 귀여움이 아닌 굵직한 목소리로 두 가지 궁금증을 전달하였다.
귀여움의 두 번 실패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우선 물어본 3S에 대하여는 satisfy(고객의 만족), supreme(최상의 품질), safe(미끄러움의 안전)라고 대답을 하였다. 회사자랑까지 섞으니 세 가지 얘기를 하는데 5분이 더 걸렸다.
아마도 전화기에 침 좀 튀겼을 듯 싶다. 그리고 컵의 주름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미끄럼 방지가 하나의 목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컵의 견고함 증대에 있다고 하였다.
컵에 주름을 넣기 위해서는 제조공정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을 진행하게 되면 컵이 훨씬 더 견고해진다는 것이다. 실용특허까지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하였다.
훌륭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