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2006.11.11. (토)

전날 신나게 웃고 놀고 하느라 아침에 일어나기가 사알짝 힘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지리산의 태양이 뜬 이상 오늘 하루도 또 신나게 놀아야하므로 이불을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장국으로 배를 따뜻하게 채우고 삼삼오오 모여서 오전 9시에 지리산 등반을 나섰다.
예전 대학시절에 거의 기어가다시피 지리산을 올라갔던 안좋은 기억이 있었던 터라 산을 오른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 되었지만 이번 등반코스는 산책로 수준으로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주위의 경치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꼭 정상을 찍고 오지 않아도 나의 체력이 허락하는 곳까지만 올라가기로 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웠고 피아골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더 잘 보였다.

너무 깨끗해서 눈이 부신 계곡물에 살짝 손끝을 담가보고 차가운 감촉에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면서 한참을 계곡 위의 바위에 앉아있었다. 산속의 맑은 공기로 폐를 청소하고 눈을 감고 바람소리와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자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산장으로 돌아와 산채비빔밥과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먹고 다음 행선지인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드라마 토지 촬영지인 최참판댁은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풍경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었다. 맨 처음 눈에 띄인 것은 바로 물레방앗간 이었는데 그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민속마을처럼 예전의 우리 조상들의 삶을 엿볼수 있었고, 최참판댁에서 내려다 본 넓은 가을 평야가 일년에 만석이 나왔다는 걸 보여주는 듯 풍요로웠다.
전날의 흥겨움과 오전의 피아골 등반에서 최참판댁 생가 관람까지 다 마치니 약간의 피곤함이 몰려왔고 광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바로 잠이 들었다.

1박2일 동안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전 직원이 다같이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
잠시나마 일상의 업무와 스트레스를 벗어던지고 신나게 놀 수 있었다는 것,
지친 몸과 마음에 가을의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을 가득 담고 올 수 있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이번 행사는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다.
그럼,
다음에는 또 어디로 떠나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