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同壻간 ‘형님’ 호칭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때 윗동서의 나이가 많으면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나이가 적은 윗동서(=나이가 더 많은 손아래동서)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妻男男妹간에도 손위처남이 나이가 적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형님’ 이라고 하자니 나이가 적고 말을 낮추자니 서열이 위라 난감하다. 호칭 정리가 안 되면 만나도 서먹하고 서로 어색하니, 반갑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媤家즉, 남편집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댁 며느리 사이에도 비슷한 사례 즉, 나이가 적은 윗동서 또는 손위시누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별다른 저항 없이 남편 기준으로 “형님” 으로 호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유교적 남존여비 전통에 따라 아내의 나이보다 남편의 서열을 우선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위가 아내의 집(처가)으로 오면 문제가 달라진다. 전통예법에는, 처의 남자 가족은 처의 서열(항렬. 처의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과의 사회적 관계로만 따져서 대접하였다(소위 처가촌수는 ×촌수). 즉 아내의 직계존속(장인, 장모, 처조부모)만 어른으로 대접하고 그 외의 남자들은 아내의 서열이 아닌 자신과의 사회적관계(자신의 연령, 선후배, 사회적지위 등)에 의해서만 따졌다. 그러므로 손위처남이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적으면 ‘형님’ 이라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낮추고, 비슷하면 서로 낮추며, 많으면 높였다. 마찬가지로 同壻간에도 ‘형님’ 이라는 호칭은 없었으며, 그냥 ‘동서’ , ‘ 큰동서’ , ‘ 둘째동서’ 라고 했다. 처의 백부나 숙부의 경우도 “처삼촌어른” 또는 “처삼촌” 이라고 호칭하되, 나이가 적은 처삼촌에게는 말을 낮추었다. 여기서 말을 낮춘다고 하는 것은 하대(해라)가 아니고 예사낮춤말(하게)이다.

과거 ‘형님’ , ‘동생’ 이라는 호칭은 원칙적으로 혈연적인 형제관계이거나, 혈연이 없을 경우는 의형제를 맺지 않는 한 쓰지 않는 호칭이었다. 요즘은 학교 선후배 간, 직장 선후배 간, 고향 선후배 간 등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는 데, 이는 전통 씨족 중심부락의 해체 및 도시화, 핵가족 화에 따른 형제 수의 감소 등 환경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영향을 받은 오늘날의 처남남매간 또는 同壻간 ‘형님’ 호칭은 산업화 도시화와 함께 자연 스럽게 형성되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호칭은 느슨해진 씨족문화로 인해 상실된 동류 의식을 보완하고 짧은시간에 친밀감을 높이는 등 현대 가족문화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또한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으므로 굳이 옛날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시대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호칭문화로 정착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