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입성

PM 6시, 비행기가 처음인 직원과 함께 일행은 무탈하게 제주공항에 내렸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공항에서‘우수 직원 연수’의 푯말을 든 가이드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어제까지 진눈개비를 동반한 비바람으로 상당히 추웠는데 오늘부터 많이 풀렸단다. 기분 좋은 저녁이다. 제주산 오분자기 해물탕의 얼큰함과 뭍에선 맛보기 힘든 한라산 소주의 취기로 제주의 첫날밤이 깊어간다.

올레길을 걷다

AM 08:30, 잠을 줄여서라도 더 많이 보고 듣고 싶은 것이 여행객의 한결같은 마음일 터,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떠났다. 30년 넘게 키우고 가꾼 아름다운 한림공원을 시작으로 최근 제주관광의 핵심테마로 자리 잡은 올레길 투어에 들어갔다. 14개 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외돌개 7코스를 선택했다. 올레길은 원래 시골 동네 뒷길로 원주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직접 보고 체험해보는 것이지만,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올레길은 제주도 풍광을 따라 걷는 산책길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바다위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외돌개 제7코스는 좌측으로 소담스런 시골마을이, 우측으로 쪽빛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장관이 1시간여 동안 이어진다. 경사진 곳이 없이 대체로 평탄한 길이 이어져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적합할 듯싶다. 코스의 핵심인 외돌개는 고기잡이 나간 하루방을 그리워하다 그대로 돌이 돼버린 할머니의 구슬픈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중년 노부부의 모습과 교차된 외돌개 할머니의 모습이 더 구슬퍼 보인다.
흙길로 이어진 외돌개 코스를 잠시 벗어나 20여 분의 아스팔트길을 걷자 석양을 머금은 새섬이 우리를 맞는다. 커다란 돛단배 형상의 다리를 건너자 노을빛이 더욱 짙게 드리운다. 머릿결을 흩날리는 바람과 일렁이는 파도에도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섬을 걷는 내내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지친 심신에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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