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리는 이승만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의 이름에서 각각‘승’자와 ‘일’ 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전쟁 전에 북한에서 공사를 시작했으나 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수복 후에 우리 쪽에서 완공한 것이다. 길이는 120m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운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이 다리는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옆에 더 넓고 튼튼한 다리가 새로 생겨서 이제 승일교는 그 임무를 인계하고 역사적 유물로 남아있었다. 남북합작 다리인 승일교를 보면서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통일교’ 가 새로 생기는 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나 혼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바로 건너편에 있는 ‘철의 삼각지 전적관’ 으로 갔다. 이곳 사무소에서 허가를 받아야 ‘민통선(민간통제선의 약칭)’ 안쪽으로 갈 수 있었다. 이 지역은 휴전선 인근 ‘군사작전지역’ 으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적관 안과 밖에는 전쟁당시 사용했던 각종 무기들, 비행기에서 소총에 이르기까지 많은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성능으로 보면 오늘날의 무기류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 때 선배 군인들은 이 무기를 가지고 나라를 지켜낸 것이다.

철의 삼각지대

오후 민통선 입장을 앞두고 우리 일행은 부근에 있는 ‘고석정’ (孤石亭)을 다녀왔다. ‘ 철원팔경 중 제일’이라는 고석정은 ‘홀로서있는 돌과 정자’ 라는 낱말의 의미대로 큰 바위 하나가 한탄강 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이 바위 양쪽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데, 전에는 작은 나룻배를 타고 물위에서 흥을 돋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이 적어 아쉬웠다. 또한 양편 언덕의 칼로 깎아 세운 듯한 돌 벽은 이곳 경치를 한층 돋보이게 하였다. 이곳이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조선시대 의적 비의 본거지로 삼았을 때라고 한다. 전쟁 때는 중부전선의 격전지로서 ‘철의 삼각지대’ 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것은 북쪽의 평강을 정점으로 철원과 김화를 잇는 지리적 삼각지대라는 것과 격전지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은 임꺽정의 활동무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치유하기 어려웠던 그 시대 백성들의 아픔을 떠안고 발버둥쳤던 장사(壯士) 도적 임꺽정,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의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전에 철원군 ‘병무직원’ 이었다는 현직 철원군청 간부직원이 와서 민통선안의 안내를 자청했다. 지난날 ‘춘천 병무청’ 간부였던 분이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다. 시군 단위에 병무조직이 없어진 지금, 지난날 ‘병무행정’ 에서 맺은 정의(情誼)로 찾아준 그분을 보고 우리는 또 다른 보람을 느꼈다. 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회원은 다른 버스에 앞서 민통선 안 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철원군 지역은 전쟁 전에 북한이 통치했던 곳이다. 따라서 원주민 가운데 인민군에 복무했던 주민도 상당수 있어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색적인 사례가 가끔 일어난다고 했다. 북한은 전쟁 전에 이 지역을‘외부에서 공격하기는 불리하고, 내부에서 방어하기에는 유리한’ 전략적 요충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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