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천여 년 전에 궁예가 이 지역을 본거지로 후고구려를 세웠던 것을 보아도 그 지형적 특성은 짐작되 었다, 또한 지난 전쟁 때 이지역을 확보하지 않고는 중부전선을 장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남북 양측은 서로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다.

평화전망대 위에 올라서서

우리일행은 제2남침땅굴을 지나 ‘평화전망대’ 에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본 남북양쪽의 분위기는 대조적 이었다. 남녘의 산은 오색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휴전선너머 발가숭이 북쪽 산은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녘 동포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했다. 넓은 철원평야를 뒤로 두고 남방한계선을 따라 철책선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또한 그것을 지키고 있는 믿음직스러운 국군장병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곳의 삼엄한 분위기는 그들이 이곳에서 젊음을 보내야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전투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 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들의 경계근무는 빈틈이 없어보였다. 경원선 월정리역에는 전쟁중 폭격으로 부서진 철마(鐵馬)의 잔해가 녹슨 채 방치되어 있었다. 표지판에는 서울104km, 나진731km등, 거리가 표시되어 있지만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말을 마지막으로 절규하며 오래전에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지난날 어려운 가운데 공직을 천직(天職)으로 여기고 젊음을 바쳐, 국가에 충성하고 또 국민에게 봉사했다.
우리는 그 추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보람과 긍지로써 오래오래 우리의가슴속에 새겨 있을 것이다.

휴전성립 직전에 남북은 곡창지대인 철원평야를 차지하기 위하여 피아(彼我)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면서 치열한 전투를 했다고 한다. 넓은 평야가 없는 북한이기에 이 평야에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가 짐작되었다. 이 전투에서 패배한 김일성은 건너편 고암산의 ‘김일성 고지’ 에서 3일 동안 통곡했다는 안내 직원의 설명은 단순한 우스갯소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생산하는 쌀은 ‘철원 오대쌀’ 이라는 상표를 달고 국내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무공해지역으로 공기가 좋고 물이 맑으며 토질이 비옥한 곳에서 생산되므로 당연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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