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누굴 닮았을까? 건강하게 잘 태어나겠지? 이런저런 걱정과 기대로 대기실에 있었는데 팔에 링거를 꽂은 환자복 차림의 아내가 걸어 나왔다. 왜소한 체격의 아내가 그런 차림으로 나오니 더욱 더 안쓰러워 보였다.
“양수가 터진 게 맞고 아기를 빨리 보려면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래”그 링거는 아기가 빨리 나오게끔 하는 촉진제였고 그때부터 일분일초라도 출산을 빨리 하고자 누구보다도 열심히 병원 주위를 돌아다녔다.“상황이 애매하기는 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차라리 의사선생님이 자연분만 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면 그 고통이조금 더 줄어들었을까...
그 후, 아내는 분만실을 몇 차례 오갔지만, 첫 출산이여서 진행속도가 늦었다. 그 사이, 우리보다 더 늦게 온 다른 사람들의 출산소식을 접하자 끓어오르는 조바심 때문인지 줄서기에서 새치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새 생명 탄생의 기쁨을 맞이한 다른 가족들이 하나둘 분만대기실을 떠나고 숨 가쁜 오전을 지나 오후에 접어들자, 이제 아내에게도 출산의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진통의 주기는 10분, 5분, 2분으로 짧아지며 고통은 그 배 이상으로 가중되었고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나눌 수 없는 나는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자는 출산의 고통을 군생활의 고통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진통으로 인해 온몸은 땀범벅이 되고 얼굴은 이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비유는 적절하지 않은 거 같았다.

시간은 이미 오후를 넘어 저녁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아내는 진통으로 인해 기진맥진 넋이 다 나가고 있지만 나는 그 옆에 덩그러니 앉아 단지 힘겨워하는 아내의 손을 붙잡아 나의 체온을 나누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리면 태아와 산모 모두 힘들겠습니다. 수술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산모와 태아를 위해서 수술을 해야겠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은 오늘따라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고 아내는 수술로 인해 아기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본 우리 아기는 아빠와의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울고 있는 아기가 그렇게 사랑스럽게 보일 수 없었고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출산과정을 겪기 전까지는 그저그런 말로만 여겼는데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뛰어다니며 ‘유레카’를 외치듯 오늘에서야 그 의미를 번쩍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눈물도 많고 한없이 약해보이던 아내가 오늘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강한 어머니로 보이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고생시키고 어렵게 태어난 우리 아기인 만큼, 앞으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이 아닌 우왕좌왕(右王左王)한 아빠가 되어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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