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수 천 년 간의 역사를 이어왔지만 정작한 개인이 이 세상에 태어나 느끼고 사랑하고
사는 시간은 100년을 넘지 못한다. 하여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와 역사는 그들이 남긴
자료와 역사가의 상상력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로 알 수 있을 뿐이다. 마치 시오노나나미가 들려주는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스키피오와 카이사르의 명료한 모습을 떠올리고 또 기억하게 되듯이.
허남오 부산지방청장이 200여 년
전 이 땅에 살다간 당대최고의 화가 김홍도 이야기를 <환쟁이 새 전설>이라는 제목에
담아 3권의 소설로 펴냈다.
김홍도는 18세기 말 정조시절, 신윤복과
함께 당대를 대표했던 최고의 화가였다. 그가 살았던 당시에는 양반들이 그의 그림 한 편을 소장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화가였지만, 정작 그의 개인적인 삶은 어떠했는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개인적인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불운한 화가라고 한다. 허 청장은 그 이유를
19세기 들어 사대부들의 그림만을 평가하고 중인출신 화원의 그림을 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장장 1000여 페이지에 걸쳐
인간 김홍도의 그림과 삶을 치열하게 담아낸<환쟁이 새 전설>은 우리의 풍속과 산수를
그려 우리민족의 자주정신을 구현해냈던 김홍도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개인적인
삶을 복원시켰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 인물에
대한 애정과 사랑, 한 사안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열정과 치밀함에 더욱 놀라게 된다.
25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주어진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분야에서 뭔가를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삶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부지런함이 없다면 감히
창출할 수 없는 일이고 자랑이다.
특히, 남다른 것은 우리가 평소에
취미나 흥미거리 정도에 머무를 수 있는 사건을 자신만의 눈으로 대하고 이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파고들어 기어코 그 바닥까지 들여다 보고야마는 이분의 열정적인 자세가 아닌가 한다.
허 청장은 자신의 업무분야에도 좀
더 넓고 깊게 알고 싶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왔으며, 그때그때 메모하는 습관을 익혀왔다고
한다. 이를 정리한 것이 벌써 세 권의 책(환경의 법이념을 찾아서, 한국경찰제도사, 너희가 포도청을
어찌 아느냐)으로 묶여져 나왔다.
그 날이 그 날 같은 일상. 흐르는
세월만 탓하며 안일하게 살아가는 게 우리네 보통 사람살이 이다.
그러나 이분을 보면 진한 삶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된다. 쉽게 체념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흔적
없이 날아가 버리는 순간 순간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언젠가 이분의 마라톤 참가기에서
인용한 “남이 뛸 때 나도 뛰고 남이 쉴 때 나는 달린다” 한 자토벡의 말은 그래서 더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
온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로마인이야기”를
읽은 후 일본인임에도 이탈리아의 역사에 심취한 작가의 해박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고, 급기야는
이 여자는 분명 전생에 로마의 유명한 장수였거나 정치가였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때때로 갖곤 했는데, 무려 4년여에 걸친 자료수집과 산고 끝에 세상에
나온
<환쟁이 새 전설>을 읽으면서 나는 비슷한 생각을 하게되었다.
“허남오 청장은 혹시 전생에 김홍도와 인연이 깊었던 환쟁이거나 그의 분신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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